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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Apr 05. 2023

내 감정이 변했다

제3의 인생을 널리 이롭게 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아내와 함께 소파에 앉아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격정적인 순간이나 아슬아슬한 예측이 가능한 극적인 순간을 잘 보지를 못한다. 반전이 있을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아내는 한참 재미있게 보는데 왜 그러냐면서 핀잔을 주지만 나는 그 고비가 힘들다. 그리고 눈물도 많아져서 두 손으로 눈을 매만질 때가 많아졌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브런치등에서 글을 읽다가도 감동이 밀려오거나 슬픈 애달픈 사연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든다. 이렇듯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여성화가 되고 아내는 남성화가 되어가는 것 같다. 적어도 감정에서 말이다.


이렇게 느끼고 있는 감정의 변화를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아슬아슬한 지점을 회피하려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내가 아는 나는 속마음이 강한 편인데 독한 면도 있고 이기적이기도 하고 그랬는데 나의 감정이 변해 간다.


그 원인은 잘 모르겠다 그냥 편하게 나이를 먹으면서 남성 호르몬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퉁치고 넘어 가려하지만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감정이 풍부해졌다는 것은 이해하는 폭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시간이 생기면서 아내와 함께 거리를 나서 함께 부딪히는 일들에 그럴 수도 있지, 아마 어쩔 수 없었을 거야, 바쁜 사람이겠지, 먼저 가라고 해, 괜찮아, 오직 급했으면 그들을 이해하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다 보니 당연히 아내에게 그야말로 ‘남의 편’이란 독한 소리를 듣게 된다. 


몇 번의 반복된 경험으로 지금은 우선적으로 아내 편을 들지만 속으로는 그 상황을 이해의 말을 중얼거리며 좀 더 넓은 시야로 상황을 보면 그게 아닌데 하면서도 이제는 아내의 불평도 이해를 해준다. 한마디로 아내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듯 혼자만 착한 사람 콘셉트를 잡았다는 답답한 사람으로 되어갔다.


하지만 원래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하찮은 일에도 앞뒤 가리지 않고 화부터 낸다고 소위 파르르 하는 사람이라고 흉을 받기도 했고 식당에 가서는 주문을 할 때 직원이 참견을 하면 단호하게 거절을 해서 딸이 ‘아빠는 성격은 왜 이래’ 하며 전 가족들에 원성 한 마디씩 들어야 했었다. 그러던 내가 변하고 있다. 차분해지고 여유롭고 배려를 많이 하는 사람으로,,,  / 이것은 혹시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


글을 쓰면서 변해졌다


원래 나의 천성이 순박하다는 것은 집안 내력의 유물로서 인정하지만 치열하게 살아오는 과정에서 이렇게 감성이 충만하게 변한 것은 사실이며 나도 놀랍다. 그 이유는 남성 호르몬의 핑계가 아니라 글쓰기에 몰두하게 되면서 변해졌다고 단언한다


독서와 글에 대한 사색과 궁리에 몰두하다 보니 상대의 입장도 천천히 대입도 해보고 나의 행동도 여러 방향으로 시물레이션도 가능해지고 때로는 건방지게 작가의 의도를 미리 캐치했다는 듯 다음을 예측하는 습관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반응을 즉시 하지 않고 탐구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이다. 또 브런치를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의 글을 읽으며 여러 감정들을 흡입하게 되다 보니 굳었던 감정의 세포가 촉촉 해지며 그에 따른 반응이 빠르게 된 것 같다.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풍부해진 감정은 글로서 표현하고 또 섬세하고 날카로운 감정의 시선은 나의 내면으로 향하며 단단한 자아를 완성하여 나의 제3의 인생을 널리 이롭게 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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