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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Mar 27. 2023

자존심이 뭐길래

참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이기고 난 다음에 지키자

자존심을 크게 다쳐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자존심으로 마음 상해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하지만 그가 직접 말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도 정말 그런가 다시 물으니 식구들의 삶에서는 그들이 어떤 일로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을 전해 들을 때 타의에 의해 개입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한다.


사람 사는 환경은 다 비슷하다. 대부분 같은 경험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존심의 상처를 입어 우울해하거나 다투며 이겨보려 애를 쓰고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저 쉽게 넘겨 버린다. 자신이 가는 삶의 목적에 비해 사소하여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한다.


그럼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인가 아니면 소위말해 밸도 없는(성깔이 없는) 사람인가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어쨌든 그가 가는 목적과 목표 그리고 지금 하는 일과 상관없다면 큰 관여를 안 하며 웃고 넘어가는 여유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 같다. 마치 대인배 같이 세상을 통찰한 사람인양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인관관계의 다툼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고 있다. 


반면 다소곳이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자분은 당면한 불의에 직접적인 대응을 하는 편이라 때로는 상처도 받고 오랜 기억 속의 어느 한 끄트머리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애성의 삶을 살아가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요즈음 다 큰 아이들의 문제로 자존심을 들먹거리면서 그에게 동감(同感)을 요구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자기들이 옳다고, 말이 안 통한다고, 때론 무시하거나 삐쳐 지내기도 하니까. 그녀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 상할 법도 하겠다. 하지만 그도 동감을 요구받았으니 개입을 안 할 수가 없어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답답하여 화도 나지만 여느 때와 같이 일단 듣고 넘기며 다른 방법을 고민한다. 


이기적인 관심부족 


그녀의 말로는 그는 이기적이며 주변에 대한 관심부족이라고 했다. 그를 꽤 오래 지켜본 나로서도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그는 늘 본인의 목적에 큰 방향을 두고 그 외의 일들은 가볍게 스쳐 지나려고 경향이 많아 그런 무관심 덕분에 자존심도 안 상하며 무시하고 넘어갔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때론 쿨 해 보일 수 있겠지만 사람이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보면 현실성도 애착도 판단도 보류한 무척 답답해 보이는 행동들인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대인배 행동인양 고상한 척하는 그의 착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현실 속에서 솔직한 감정표현을 하며 부딪히는 관계쉽을 하는 그녀 보다도 더 나쁜 이기적인 회피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일이 생기든 참착하게 대응을 하며 찬찬히 검토해 내는 속 깊은 내공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설령 그렇더라도 하지만 그녀의 요구처럼 가족의 현실적인 상황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말고 직접적인 해결사로 나서는 모습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는 그가 나다.


나의 변명


자존심은 고귀한 인간의 버팀목이다. 자기 주관을 지키는 가치의 잣대 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는 아집과 고집, 피해의식에서 발로로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자존심의 잣대를 들이댄다. 그 상대가 누구든 심지어 가족이더라도 상관이 없이 본인을 위한 감정을 앞세운다. 


그러나 이긴 듯하여 잠시 속은 시원할 수 있겠으나 그 뒷감당의 후회와 그에 따른 심적인 기회의 비용을 감안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심리적 기회의 비용이 제일 아쉽다. 이것이 아니었으면 더 큰일을 도모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다들 경험하지 않았던가.


자기 규율을 가지고 있는 통찰의 자존심이 아니라면 나서지 말고 그래도 참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이기고 난 다음에 지키는 것은 어떤가


누구를 위한 자존심인가?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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