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영화배우가 있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TV나 영화 스크린에서 출연한 사람을 직접 보게 되면 신기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반 사람인데도 특별한 인식이 있어서 귀하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연예인을 잘 안다는 것은 좀 더 특별할 수 있다.
내 주변에는 영화배우나 탤런트 가수등 연예인 지인은 없다. 그런데 자칭 ‘라이스보이 슬립스’라는 최근 대단한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람이 같은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 회사 김 이사님 이시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이제 막 개봉을 시작하려는 영화로 아직 본 사람이 별로 없다. 캐나다 판 미나리로 알려진 영화인데 해외에서 많은 수상을 하고 호평을 받고 있다는 유명 영화이기에 거기에다 지인이 출연을 했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갔다.
‘정말 출연한 것 맞아요?’
‘맞다니까요. 마지막 출연진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도 나와요’
정말인가 보다. 내 옆의 평범한 분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생각하니 더욱 궁금해졌다.
‘어떻게 출연하셨는데요’
‘어 감독이 내가 잘아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야 그래서’
캐나다 교민인 심감독이 아주 가까운 지인 이란다. 아니 내가 알기로는 조용히 지내시던 묵묵한 김이사님의 가까운 사람이 유명한 영화 감독이라니, 옆에서 웃으며 쿡 찌른다. 깊게 물어보지 말라고 그래도 물어봐야겠다. 매일 나와 같이 붙어 있는 분이시니까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뭐 가족이라 해야하나 뭐라해야 하나 하옇튼 어쨋든 그런 관계라고’
‘What!'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믿음직한 진실은 저 넘어 산 위로 던져 놓고 이제는 출연의 진위가 궁금해졌다. 이제는 나 보다 묵묵히 듣고만 계시던 대표님도 흘깃 눈초리를 보내자
‘한국으로 돌아와 강원도 옛집으로 가는 씬에서 나와요’
약간 화가난듯 퉁명스럽게 말을 내던지고는 시사회에도 VIP 출연진으로 초청받아 다녀왔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니 정말 출연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제 나도 연예인과 함께 있게 된 것이다. 어설퍼 보이던 김이사님이 다시 보일 지경이다.
그래도 모두의 의심에 답답하셨는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설명을 하기 시작하신다. 핸펀을 뒤적이더니 어디서 구했는지 자기 출연 부분과 마지막 엔딩 크레딧 이름이 올라가는 사진을 보여준다.
'와~ 정말 출연진에 이름이 있네'
정말 이름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출연한 화면이 기대가 되어 궁금한 눈초리들이 큰 눈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화면 속에서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 하는 외마디 강원도 사투리 음성만 반복하여 들려준다. 이것 이라고 한다. 목욕탕에서 물 장난치는 사람에게 주의를 주는 사람이 자기라 한다.
'하하하~'
어쨋든 음성만 이라도 큰 영화 출연하였고 혜택을 받았는지 몰라도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나오니 분명 출연한 배우가 맞다. 그래서 졸지에 나는 유명 영화에 출연한 배우와 함께 아는 사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