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 중에서 싸움구경,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농들을 한다. 하긴 어지간히 싸움구경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그러기에 아예 대놓고 싸움을 하는 UFC가 인기가 높은 것을 보면 말이다.
기왕에 싸움에 대해 말을 꺼냈으니 조금 더 해보겠다. 싸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이렇게 화끈하게 싸우는 것도 있고 감정을 긁는 말싸움 그리고 눈만 홀기는 신경전도 있다.
어릴 적 개구쟁이 싸움은 상대방이 코피가 나면 그것으로 승패가 끝났다. 누가 정해 준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 룰로 정해져서 도시건, 산간벽지건 어디서든지 개구쟁이들은 코피가 나면 끝났고 말싸움은 목소리 큰 사람이 등장하면 모두가 패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예전 어릴 적 시골에 어느 동네나 골목에 말싸움 대장인 당시 말로 '기차 화통을 삶아드신' 아주머니 한분쯤은 계셨던 것 같다. 그러면 움츠려든 할머니들이 수군대며 저 여편네 때문에 십리밖에서도 우리 동네에서 왜 싸우는지 알 거라며 혀를 차시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소심한 학생들은 책상 앞뒤로 돌아 앉아 눈을 흘기며 나 지금 화가 많이 나있으니 조심하란 표시를 보내느라 힘이 들어 진이 빠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당시에는 특별히 붙일 이름이 없어 싸움이라 했지만 아마 살아가는 방편을 미리 배우는 배움의 장이며 스트레스 해소의 장으로 서로의 합의하에 특설링을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싸움에 대해 관대하기도 아량도 많아서 어릴 적엔 싸우면서 큰다고 했다가 조금 지나니 싸우면서 정든다고 까지도 했다.
싸움의 원인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같다고 한다. 감정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 하는 행동으로 서로 다른 의견, 목적, 이익, 혹은 감정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 상황에서 화가 발생한다. 하긴 예외가 있긴 있다. 파충류는 머리 어디가 잘못되어 화를 못 낸다고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악어를 두들겨 패도 화를 못 낸다던데 정말인지 궁금하다. 한번 실험해 보고 싶다.
우리 아파트가 들썩일 정도로 어느 집인지 부부싸움이 한창이다. 말싸움에 뭔가 깨지는 소리까지 생생하다. 아마 내가 귀를 쫑긋 세워 그럴 것이다. 그러다 마주친 우리 부부의 두 눈은 서로 얼굴을 보며 피식 웃는다.
우리도 어지간히 싸웠던 것 같다. 물론 매번 말싸움에 일방적으로 내가 당했지만 그때는 한번 싸우면 대차게 싸웠던 것 같다. 늘 문제의 시발은 아이들로 시작되었다. 육아와 아이들 교육과 또 다른 억눌림의 표출이 시작되면 아마 곧 나에게 화살이 오겠구나 하고 눈치를 보고 있으면 어김없이 결국 그 화살이 나에게도 오고야 만다. 애꿎은 며칠 전 나의 술 한잔으로 전이되며 더욱 증폭된 화는 과감하게 감정해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도 간간히 감정 해소를 하니 다행이다.
그 후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지나가다 보니 이제는 남매의 싸움이 지나쳐 간다. 오히려 우리가 조마조마할 지경이었다. 밖에서는 성인군자가 집에서 동생한테는 따지고 혼내고 막말을 한다. 그러다 결국 대드는 동생과 말싸움한다. 급기야 엄마의 목청에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지금은 모두 성인이 되어 추억이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싸우고들 있다. 식구들이 그렇게 만만하니?
6년 전인가 미국으로 아이들이 돌아가기 전 가족여행을 제주도로 떠났다. 첫날 재미있게 놀며 관광을 즐기다 다음날 아침 제주도 고기국수를 먹으러 갔다가 딸내미의 신경질 투정에 아들의 삐침으로 여행거부 선언을 한 것이다. 겨우 달래 가며 구경하느라 속에서 열불이 났었는데 어느 가게 안으로 들어갔더니 의자 두 개에 네온글씨로 '우리 놀러 왔는데 싸우지 말자!'가 있어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줄려니 막무가내다. 겨우 빈 의자에 마음만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관광지에 그런 장소가 있다는 것을 보면 많이들 열심히 싸우는가 보다 더욱 파이팅 합시다.
지금에 와서 아이들에게 그때 그 이야기하면 왜 그랬데 하며 딴 세상 이야기를 하지만 이제는 재미있는 투정과 싸움을 집안에서 하지 말고 더 넓은 세상에다 대놓고 맘껏 하라고 한다.
남들에게 성인군자 노릇 그만하시라 집안싸움은 더 잘살아보려는 적극적인 문제 해결의 의사표시이다. 속으로 감춰 두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 크든 작든 싸움으로 깨우치며 세상사는 법을 체험으로 배우기도 하고 또 그 화해를 하면서 삶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비법의 장으로 매력이 있는 것이다.
대신 제발 옆집 피해 안 가게끔 조심하면서 적당히 열심히들 박 터지게 싸우세요 오늘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