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그와 지금의 그는 다른 사람이다
'어이 오랜만이야'
'그래 어릴 때 머리 상처는 괜찮아? 장난치다 재봉틀에 부딪혀 찢어진 것 말이야'
ㅋㅋ
'그때 어머님한테 둘이 많이 혼났었지'
'어 그러고 보니 그 집이 지금도 있나?'
'나는 그 집 하면 옛날 벽장에서 벌꿀 찍어 먹던 게 생각나'
'맞아 맞아 그래서 우리가 벌꿀집이라 불렀었지'
점심때 회사 근처를 걸어가다 우연히 반가운 고향 친구 오랜만에 다시 만나 정답게 엣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전에 만났을 때와 데자뷔가 되고 있다. 지금의 대화가 낯설지가 않다. 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맨 정신인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친구든 친척이든 누구를 만나더라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사람과의 대화는 늘 이런 식으로 같은 이야기를 매번 반복하는 것 같다.
왜 우리의 대화는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아마 오랜만이라서 서로 눈치를 보며 공통의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배려와 약간의 온정주의에 동감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복선이 깔린 것 같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그러다 보니 대화가 밋밋해지고 발전이 없는 그저 그런 만남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그랬다.
오랜만에 만난 친했던 사람일수록 과거에 했던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 와의 공동 기억이 그 사건이었을 테니까 그것을 먼저 떠올라 그런 이야기를 처음 하듯 반복하여 말하는 것 같다. 만일 그 이야기가 상대방이 듣기 싫은 이야기이거나 잊고 싶은 이야기였다면 어쩔 텐가 다음부터 만나기를 거부할 것 같은데 그래도 모르고 기어코 하고 만다. 추억이라고 하면서
추억은 좋다 낭만이고 따뜻한 정이 있다. 그래서 다들 추억을 먹고 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매번 반복해서 그것만 이야기할 것까지는 없는 것 같다.
대신 미래의 자신들의 신선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예민한 자식이나 재산, 가족 이야기 말고 순수 자신들의 삶 이야기 말이다.
'어려서 글 잘 썼잖아 브런치 응모 해봐'
'등산을 좋아한다고 다음에 한번 같이 가세 나도 좋아해'
'근처에 맛집이 있다던데 면을 좋아하는 자네 생각이 나더라고'
일방적이라도 최근의 화제로 만들어 앞으로를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과거의 추억을 맴도는 것은 한 번만 하는 것으로 하자 옛날의 그와 지금의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서로의 관계를 한정 지어 무자비하게 그 틀 속에 모두를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더 친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색함에 없던 거리까지 생긴다.
다음에 만나면 무조건 새로운 이야기 직접적인 우리의 살아가는 흥미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래야 다음이 또 기대되는 사람, 만남이 되지 않겠는가
오늘 만남은 반가웠는데 너무 밋밋하여 어색해졌다. 후회된다. 다음부터 안 그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