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집은 어디서 본거야
고향을 다녀오느라 장거리 운전을 하며 왔다. 피곤 하지만 그래도 아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오느라 금세 온 것 같다.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가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다고 나가자고 한다. 아마 집밥이 귀찮았던 것 같다.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가 시원한 생맥주를 강조하며 훅 치고 들어온다. 아내는 술을 잘하지 못하지만 나의 동의를 빨리 받아내려는 술수를 사용한 것이다.
OK~!
시원한 합의를 하고는 장소는 전에 아내와 함께 걸으며 보았던 어떤 치킨집으로 가자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 걸으면서 그 집을 보고는 나중에 이 집에 와서 치킨을 먹으면 맛나겠다고 같이 이야기한 것이 기억이 나서 둘이 장소를 더듬고 있다.
'아 맞다. 시내 모퉁이 초밥집 자리에 그 집이 들어왔던 것 같아'
'맞아 맞아'
서둘러 한참을 지름길이라 생각하는 곳으로 빙글빙글 돌아 시내 모퉁이가 보이자 시원한 생맥주 한잔 생각에 힘이 솟는다. 그런데 그 바뀐 새집은 고깃집이었다.
'어 아니네 그럼 어디서 봤지?'
'아마 새로 생긴 곳이니 그때 우리가 걸었던 시내 끝으로 가보자'
힘을 내어 둘이 묵묵히 걸어간다. 평상시 같았으면 피곤하여 퉁명스럽게 아무것이나 먹자고 짜증을 냈을 텐데 오늘은 고분고분하다. 아내가 먼저 생맥주 한잔을 권한 것이 고마웠던 모양이다.
아내는 술이라면 소위말해 질색을 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핑계로 가끔 한잔씩 하고 들어올 뿐이다. 어쩌다 둘이 마시더라도 온갖 싫은 소리를 들으며 입맛을 버리게 되어 마시다 만다.
거리가 깨끗해졌다는 둥 엉뚱한 대화도 해가면서 서로 눈치를 보며 시내 끝으로 향해가도 어디선가 봤던 그 집이 안 나온다.
'허 큰일이네 어디지?'
'아 맞다. 우리가 잘 가던 가성비 좋다는 고깃집 맞은편이었어'
아내의 별안간 소리에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것 같다.
다시 돌아서 그 집으로 향한다. 근 한 시간을 걸어 헤매어 가는데도 이상하게도 화가 하나도 안 난다. 이번에도 지름길 이라며 어떤 골목을 들어섰는데 아내가 갑자기 쌩뚱맞게 '이 집이다'라고 소리를 지른다.
'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조용히 암묵의 동의로 들어갔다.
양보와 타협은 피곤도 춤추게 한다
시원한 생맥주에 치킨을 먹으면서 아이들 커가는 이야기와 성공 이야기 또 미국에서 힘들었던 푸념들 그리고 앞으로 계획 등 이것저것 두런두런 재미있게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맥주를 맛나게 마시는데 갑자기 우리가 원래 술 마시러 오면 원래 이렇게 다정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가만히 보면 오늘 서로가 원하는 것을 위해 양보와 타협이 있어 신이 나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피곤에 시원한 생맥주가 당겼고 아내는 집 밖에서 치킨을 원했던 것이다. 거기에 뿌듯한 살아온 추억의 이야기였으니 아주 좋았다.
그런데 그 가게를 나서며 아내가 또 중얼거린다.
'도대체 그 집은 어디서 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