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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May 23. 2023

Amazon이라 해서 당할 뻔했다

똑똑한척했던 내가 아직 빈구석이 많은 사람이구나

일요일 느긋하게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웹서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에서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축포가 터진다.


'이거 무슨 일 이래'

아마존 Amazon고객감사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며 추첨을 통해 애플아이폰 14프로를 주겠다고 한다. 놀라서 얼른 밑에 달라붙은 후기의 글들을 읽어 보니 심지어 어떤 분은

'실수로 빠져나왔어요 다시 할 수는 없나요?'등 간절함의 글도 쓰여 있어 그냥 나오기에는 뭔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1300원 즉 1$만 결재하면 된다고 하니 이런 것도 있나 싶었다. 1300원 이거 별개 아니잖아 하는 생각에 마음은 벌써 넘어가 버렸다.




늘 아내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일단 의심하라고 그리고 돈 어쩌고 저쩌고, 해외에서 어쩌고, 엄마 내 폰이 어쩌고 하는 이상한 문자는 아예 삭제해 버리라고 그러고는 도대체 어떤 멍청한 사람들이 이런 것에 당할까 늘 궁금했었다.


그런 내가 일요일 컴퓨터에 뜬 아마존 이벤트에 깜짝 놀랐다. 당첨되었다며 선물박스가 16개가 뜨고서는 하나를 세 번까지 고르라 했다. 하나를 누르니 꽝. 다음 하나를 건드리니 슬그머니 아이폰이 올라온다.

눈이 더욱 똥그래지며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1300원만 결재하면 2-3일 내로 아이폰을 보내준다고 하니 이름 주소 이메일을 순식간에 적으며 아내에게 소리를 쳤다.


'이것 봐봐 이런 게 있네'


옆에 와서 쳐다보던 아내는

'빨리 꺼 아마존이 미쳤다고 아이폰을 주냐고'


내 귀에는 그 소리가 부러움의 소리로 들렸다.

'걱정 마 1300원 이라잖아'


 냉큼 카드를 가지러 일어섰다. 일어서며 몸을 움직였더니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다.

'그러게 아마존이 왜 이런 걸 하지?'


정신 차리고 '아마존 이벤트'를 검색을 해보니 피싱사기 니까 걸리지 말고 무시하라는 둥 글들이 많다. 다행히 결제는 안 했다. 그럼 주소와 전번 이메일을 쓴 사람은 어쩌지 하는데 누군가 친절하게 답을 써 주었다.


'곧이어 피싱 이메일이 쏟아질 테니 무시하세요'  에궁.


구글 검색, 크롬 사용 시 아이폰 14 당첨되었다며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아이폰 당첨 피싱이 기승입니다. 간단한 설문을 마치면 배송비 혹은 3,000원 미만의 수수료를 결제하면 아이폰 14를 무료 제공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언뜻 의심이 가지만 당첨 후기와 리뷰들로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설계했습니다.  
구글 아이폰 당첨되었다는 메시지
아마존 아이폰 당첨되었다는 고객 프로그램
크롬 아이폰 당첨 브라우저 온라인 설문조사
아마존 아이폰 1300원 당첨 배송비 요청 피싱사이트

위와 같은 아마존이나 크롬에서 아이폰 14 당첨 설문조사는 모두 피싱 사기입니다. 구글, 크롬, 아마존, KT 이름으로 아이폰 당첨되었다며 간단한 설문조사 후 수수료 및 배송료 (1,300원)를 명목으로 사용자 및 카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합니다.



냉정하다고 자부하는 내가 이런 것에 쫄깃했다니

마치 숨바꼭질 게임을 하는 것 같다.

걸려들게 하려는 자와 피하려는 자 그 게임의 교묘함이 날이 갈수록 발전되고 있으니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아내를, 아이들을 교육시키겠다면 잔소리처럼 떠들던 내가 정작 당할뻔한 사람이 되었다. 아니, 심리적으로는 이미 넘어갔었다. 이렇게 불신의 세계가 판을 친다면 도대체 진실의 세계는 어디서나 편히 만날 수 있겠는가


탐하지 않는 진실과 움직여 보는 여유


진실의 믿음은 자신에게 있다.

남의 것에 현혹이 안되고 불공정에 홀깃 안 하고 사행에 빠지지 않는 자신의 소박함에 믿음이 있는 것이다. 또 심리적 싸움에 말려 들어간다면 그 심리 또한 내부의 성급함과 스스로의 오판에 기인한 것으로 이럴 때는 한 번쯤 몸을 움직여 주변을 살펴보는 여유로 이겨낼 수 있다.


과욕을 탐하지 않는 마음과 급할수록 움직여 여유를 찾는 냉철함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똑똑한척했던 내가 아직 빈구석이 많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았다. 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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