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이런 강박을 즐긴다
나의 일기(日記)에 대하여 >
일기란 자기의 생활의 기록이며 반성이 담겨 있는 글로서 비망록과 마음중심의 두 글이 적절히 조화된 거짓 없는 글이다. 그러기에 개인의 일기는 매우 소중하다. 그런데 이런 일기를 학생 때 방학숙제로 의무적으로 쓰다 보니 부정적 기억 때문인지 성인이 되어서는 잘 쓰지들 않는 것 같다.
일기를 쓰다 보면 나의 소중한 마음을 간직해 놓기도 하고 더러는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하기도 하여 나중에 또 들춰보며 삶의 용기와 반성의 지혜를 얻기도 하는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개인의 일기는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다 보니 비밀스러운 면이 있다. 그래서 감추려 드는 것이다. 심지어 예전에 어떤 일기장은 열쇠로 채워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기를 3년 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과감하게 공개적으로 오픈해 놓고 쓰고 있다.
원래 나의 성격과는 배치되는 행동이지만 사실 처음 출발은 우연이었다. 디지털시대에 일기를 종이에 쓰는 것보다 타이핑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더 멋져 보여서 일기 앱을 깔아 쓰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은 앱이 없어지면 기록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블로그를 개설하여 쓰기 시작한 것이다. 나만 보는 것이기에 구독자도 댓글도 달지 못하게 하였다.
처음에는 한자 공부도 겸하여 그날의 기분에 가장 적절한 사자성어를 공들여 찾아내어 짧은 글로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일여 년을 그렇게 하다 공개의 용기가 생겨 본격적인 문장으로 일기를 쓰며 대신 그날의 감정은 나만의 시(詩)로 남기며 지금까지 써왔다. 물론 블로그가 Tistory로 변화되면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티스토리로 변화되면서 약간 상업성의 글들을 올리는 포맷으로 되어있지만 지금까지 써오던 것을 바꿀 수가 없어서 그냥 계속 그곳에다 일기를 쓰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일기를 공개하는 나만의 장점은 투명하며 일관된 나의 생활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며 또한 약속한 것에 대한 실천을 해야만 하는 감시자들이 있다는 것의 압박이 좋다. 또 그 공개적 압박은 이를 지속하는 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아내도 나의 일기를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생활의 건전함과 떳떳한 자신감에 삶의 의욕까지 생겨 매사 활기가 넘치게 되었다. 그리고 더러 슬픔과 좌절이 있다 하더라도 보편적 상식에서의 폭넓은 이해가 충만해져 있다보니 예전보다 극복하기가 수월하다. 그래서 기왕에 시작한 일기를 이제부터는 일상의 기록으로 좀 더 자세히 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오픈한 나의 일기를 재미있게 소심히 훔쳐보며 타인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반추해 가며 주고받는 인생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매일 올리는 브런치스토리의 글과 브런치스토리의 일기는 나의 일상에서 오늘 내가 하기로 한 약속이기에 이것만 묵묵히 해내도 하루를 잘 보낸 것이 된다. 이런 강박이 좋아 스스로 즐기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