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회식 후 집으로 돌아오다 붕어빵 장사 앞에 줄을 선 모습에 나도 끼어들면서 사진 하나 찍었다.
요즘 보기가 힘들어 붕어빵 매장 맵까지 나온다는 귀한 붕어빵. 날씨가 추워지면서 다시 나온 것 같아 반가웠다. 줄을 선 아주머니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 집은 팥을 많이 넣어줘서 좋다고 이야기를 한다. 같이 듣고 있는 주인아저씨의 팥을 든 손이 더 과감해지는 것 같았다.
추억을 팔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달고나 뽑기만큼이나 어릴 적 추억의 간식이었다. 풀빵 이라고도 불리다 붕어빵으로 진화하였는데 굽어내는 제작방식의 변화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집도 팥과 슈크림 두 종류를 팔고 있는데 나는 당연 팥을 골랐다. 가격을 보니 두 개 1000원 네 개 2000원이라고 쓰여 있다. 할인해 주는 것 도 아니면서 마치 덤으로 주듯 네 개 2000원을 보며 잠시 착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네 개를 산다. 당연히 나도 네 개를 달라고 하니 돈 계산은 셀프로 하라고 한다. 신뢰의 붕어빵 집이다.
기억력 좋으신 사장님은 순서도 놓치지 않아 따끈한 한 봉투를 받아 들고는 옆으로 비켜서 줄을 선 사람들의 부러움을 보면서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함과 뭉컹거림과 달콤함과 밀가루 특유의 맛이 섞여 값싼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30년대 일본에서 타이야키가 들어와 한국식으로 현지화되어 한국전쟁 후 미국에서 원조로 밀가루가 대량 들어오면서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추억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가 조용히 사라졌더니 다시 생겨나 국민 간식거리가 되었다고 하는 붕어빵은 먹는 방식도 머리부터 먹는 사람, 꼬리부터 먹는 사람, 뚝 잘라서 몸통부터 먹는 사람 각양각색이며 심지어 이것을 두고 심리 테스트까지 한다고 하니 대단한 국민 간식거리이다. 그러고 보니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일컫어 붕어빵 이라고들 하며 자주 불러 주니 그의 인기가 높은 것은 확실하다.
요즈음은 남녀노소 붕어빵이 인기가 있어서 인지 인터넷 온라인으로 살 수 있고 번듯한 단독 매장을 가지고 있는 가게도 있다고 한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허름한 도로 옆 포장마차에서 갓 구워낸 따끈한 것을 거리를 거닐면서 체면을 저만치 던져 버리고 추억을 먹는 그 맛을 어떻게 따라갈까 여기 줄 서있는 아주머니들도 아마 그런 추억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 같다. 사람은 강한 진심일수록, 몰입을 할수록 장기기억으로 남아 추억이 된다고 하는데 붕어빵은 진심도 몰입도 필요 없는 공유된 낭만의 추억인 것 같다.
나에게는 글이 떠오르고 시가 떠오르고 추억의 음악이 떠오르는 붕어빵. 팥을 많이 넣어 준다던 그 붕어빵 포차가 오늘은 없다. 아마 단속을 피해 다니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종종 그런다고 한다. 아마 곧 다시 나타날 것 같다. 대신 걷는 김에 오늘은 붕세권이라 불린다는 곳으로 아내와 운동삼아 같이 걸어와 또 줄을 섰다. 기다림의 이 시간도 즐겁다. 뒤를 보니 아까보다 더 많이 서있는데 그들은 지루함보다 줄어드는 밀가루 통이 근심스러운지 계속 고개를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