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자존심과 과욕이 시간과 애정을 낭비할 수도 있다
전문가란 특정 분야에서 높은 지식과 기술, 경험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그런 전문가가 유독 높이 보일 때가 유연한 생각으로 빠른 적응력을 보일 때다. 즉 낯선 환경과 새로운 일에 부딪혔을 때 잘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오히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빠른 배움으로 최고를 보여줄 때 그가 진정한 전문가라 생각을 한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뭐든지 할 수가 있다는 사람, 활달하여 사람을 달고 다니는 사람, 맥가이버인가 착각할 때도 있는 사람, 우렁찬 목소리가 가만히 있질 않는 사람, 인상을 찡그리다가 웃으며 마무리하는 사람 이런 것을 모두 다 가진 사람이 있다. 그것도 우리 회사에 같이 근무하고 있는 정팀장이다.
그의 자신감이 너무 넘쳐서 외려 신뢰를 잃을 지경이다.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니 그 기백은 인정하는데 그래도 여긴 회사인데 요즘말로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가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그를 처음 본 것은 5년 전 어느 날 경력사원으로 회사에 입사했다고 인사를 하러 왔을 때다. 안면 없이 밖에서 만나면 피해야 할 듯한 외모에 굵은 톤의 목소리는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래 담당이 무엇인가'
'넵 PLC 프로그래머 전문가로 입사했습니다'
이번 업체에서 수주받은 물류시스템을 담당할 사람이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으쓱거리는 관리부 직원을 보며 신뢰의 악수를 덥석 하였다.
그 후 한 달이 지나자 전체 PJT를 이끄는 임원이 찾아와 하소연을 한다.
'아니 기계동작 System도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 무슨 프로그래머입니까 답답합니다'
'그리고 아직 단독구동 밖에 안되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빨리 외주로 넘겨야겠습니다'
깜짝 놀라 정팀장을 불러 물어보니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네 저는 그 system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만 PLC프로그램의 전문가이기에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
모두들 깜짝 놀라 실망을 했다. 현장과 이론과의 괴리가 적나라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당당함이 그동안 우리 회사에서 보지 못한 캐릭터이기에 내가 직접 'PJT 현장관리'를 맡겼더니 그동안의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능글능글 업체와의 관계도 좋게 잘 마무리해 주며 오히려 자기의 적격을 찾아 지금껏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도 있다
갑자기 A급 C++ 프로그래머가 퇴사를 하였기에 급하게 사람을 찾다 보니 25년 경력의 프로그래머가 지원하였기에 면접을 보다 보니 뭔가 행동이 좀 이상하다 차원이 조금 다른 것 같다. 하지만 25년의 경력을 믿고 같이 일을 시작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고객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빨리 해주어야 하는데 이분이 바로 결론을 내린다.
'김박사 할아버지가 오셔도 2년 걸립니다'
김박사란 이계통에서 스승으로 통하던 우리가 아는 사람이었다. 이거 큰일 났구나 고민을 하는데 그 주인공인 그 김박사가 하루 만에 해가지고 왔다. 전에 해봤던 파일로 수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다
우리는 전문가들을 과대 평가 하고 있다. 전 영역에서의 전문가는 아니지 않은가 그들이 알고 경험한 것은 매우 협소할 수도 있다. 이를 전부에 일반화하여 적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경력이 많더라도 낯선 곳에서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알던 것과는 다릅니다'를 쿨하게 인정을 하고 도움이나 배움을 먼저 청해야 한다. 특히 그들의 과한 자존심과 과욕 때문에 시간과 애정을 낭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뿐 아니라 정치든 삶이든 모든 분야에서 설령 같은 계통이라도 조금 낯선 곳에서 접할 때는 모두가 잠시 초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이를 인정하고 빨리 적응해 내는 것이 진짜 전문가인 것이다. 과한 자신감과 과욕, 우월감만 가지고 우격다짐으로 홀로 나서는 것은 진정한 전문가가 아닐 것이다.
글공부에 나서다 보니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