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롱혼 Apr 22. 2023

가방에 과자를 탐하다

소소하게 사는 재미 하나를 얻게 되었다

4월20일 아내가 미국에서 돌아오는 날이다. 오후 일을 바삐 마치고 이른 공항마중에 나선다. 이제는 자주 마중과 배웅을 하다 보니 그러려니 하듯 익숙해져 간다. 흐린 날씨에 인천을 지나다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오후 3시의 이런 짙은 안게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비행기가 내릴 수 있으려나’


미국 달라스발 예정도착은 오후 5시 15분 2시간이나 남은 여유 있는 시간에 좀 더 천천히 안전 운행한다. 대한항공이니까 인천공항 제2청사로 곧바로 직행을 한다. 지하 단기주차장을 찾아 들어가다. 도착 승용차의 길로  따라 들어가는 실수를 했다.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오늘은 시간 여유가 많으니까 하며 편하게 돌아 들어갔다. 일찍 마중을 나왔으니 커피나 한잔 하며 여유를 부릴려는데 전화가 왔다.


'벌써 도착했다고'

‘응 E번 출구에 있어’


제2청사에는 E번출구가 없는데 혹시나 하며 지나가다 보니 나를 부른다. 2번 게이트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보통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더 빨리 왔다. 반복되는 반가운 재회는 웃음으로 대치하고 잠시 어색함은 힘들었던 비행의 이야기부터 털어놓는다.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탔어 아마 경유를 하는가 봐’

‘주변에서 너무 떠들고 움직여서 잠도 못 자고 피곤해’


긍정의 표시를 해준다. 대화의 기술을 잠시 부리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니까 저절로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리고 내가 궁금해하는 아이들 사는 이야기도 한다. 딸 내 집에서 있으면서 밥하고 청소를 해주느라 죽는 줄 알았고 아들집은 새집인데 아직 살림장만을 안 해 썰렁하다며 나무란다.


‘결혼들 하면 다 알아서 잘하겠지’


아이들 나무라는 것이 듣기 싫어서 무뚝뚝하게 내뱉고 나니 조용하다. 금세 잠에 떨어졌다. 많이 피곤하긴 했던 모양이다.


기러기는 아내가 온다고 신경 써서 청소를 해둔다 그래도 지적질당할 것은 각오를 해야겠지만 아내는 오늘 피곤하니 조용히 들어와 늘어진다. 나는 들어오자마자 짐 정리명목으로 피곤하단 사람 제쳐두고 어릴 적 외할머니 보따리를 펼쳐보듯 내가 직접 아내 가방부터 풀어 재낀다. 와인부터 각종 양념병들 그리고 약 몇 가지 짐은 단출했지만 자꾸 나오는 과자에 흥미가 난다. 과자는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오늘은 재미있게 궁금하다.


피 잘 먹지 않아도 뿌듯해하며 한 쪽으로 챙겨 놓고는 계속 뒤적거린다. 나이를 먹어도 사람이 바깥에 다녀오면 그 짐보따리가 궁금한 것이구나 새삼 나에게 놀라며 배운다. 나도 나갔다 들어올 때는 빈손으로 들어오지 말아야겠다.


오늘 또 소소하게 사는 재미 하나를 얻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