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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May 08. 2023

바쁜데 너희 일이나 잘해라, 우린 잘 지내니 괜찮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가장 현명한 일인 것 같다

지금도 아버님께서는 늘 나에게 말씀하신다.

'바쁜데 너희들 일이나 잘해라, 우린 잘 지내니 괜찮다'


그렇게 지낸 것 같다.

괜찮다는 배려가 당연으로 여겨지고 그 당연히 일상으로 잊히는 삶이 나이를 들다 보니 새삼 죄송하게 느껴진다. 


예전 사회활동을 시작하던 시절에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다 보니 나의 생활에 매몰되어 있는 나에게 어머니, 아버님께서는 '바쁜데 너 일이나 잘해라, 우린 잘 지내니 괜찮다' 말씀하셨다. 


철없는 아들은 그 말이 정말 그런 줄 알고 당시 전화도 불편하여 인사도 못드리데도 불구하고 해외 근무를 자주 한다는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으로 넘겼고 심지어 서서히 잊히기까지 하는 못된 불효를 하였는데도 정작 본인은 모르고 지냈다. 


그런데 지금 나이를 먹고 내가 또 우리 아이들한테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바쁜데 너희들 일이나 잘해라, 우린 잘 지내니 괜찮다'


아마 우리 아이들도 당시의 나와 같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내는 것 같다. 배려의 말이 당연하게 되면 잊히는데도 말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우리 양가를 통틀어 아버님 혼자만 계시기에 아내와 틈틈이 찾아뵙지만 특별히 어버이날이 있다 보니 야채죽과 나물무침 그리고 낙지볶음등 좋아하시는 음식에다 예쁜 꽃화분 하나를 챙겨 들고 고향집을 다녀왔다. 


아버지와 이야기도 편히 나누고 잡안팎 청소를 해드리고 오랜만에 정겨운 시간을 함께 보내니 아버님께서도 즐거우신 모양이다. 평소보다 말씀을 많이 하신다.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에 늦지 않게 피곤을 싸들고는 올라오는 길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꽃 한번 받아 보겠냐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집에 들어서니 문 앞에 예쁜 꽃화분 하나가 메모와 함께 놓여있다. 



미국에 있는 딸이 보낸 것이다. 

너무나 기뻤다. 그래도 살가운 딸이 동생이래도 역할을 하는구나 하며 즐거워하자 아내가 웃으며 말을 한다.


'내가 어버이날 아버님을 뵈러 가는데 너희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하며 말을 했다며 이제는 괜찮다는 말보다 시켜서라도 받을 거라며 웃는다. 


그래서 덕분에 나도 아이들에게 어버이날 꽃 화분을 받았다.




지금 아침 출근 책상에서 글을 다시 읽어 보다가 문득, 

아버님의 건강 과 아이들의 사는 걱정을 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아버님과 아이들이 서로서로 걱정을 해주던 말들을 떠올려 보다


'바쁜데 너희들 일이나 잘해라, 우린 잘 지내니 괜찮다'

이 말에 모든 정답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잘 지내면 되는 것이다. 서로서로 잘 지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아버님게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부담도 주지 않는다.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가장 현명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바쁜데 너희들 일이나 잘해라, 우린 잘 지내니 괜찮다'이 말을 또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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