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모아둔 여권이 20권 정도 된다. 그동안 사용한 아이들과 나와 아내의 여권이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해외를 다니며 갱신하며 모아둔 여권들이고 그 속을 보면 나름 추억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렇게 살아오던 와중에 순수 토종을 고수한 나를 제외하고는 아들은 미국 시민권자가 되어 검은색 미국 여권으로 바뀌었고 미국 영주권자가 된 아내와 딸은 얼마 전 차세대일반전자여권으로 바뀌었다. 아 그러고 보니 별일이 있어 출국 당일 급히 만든 아내의 임시여권도 있구나
이렇게 서랍 속 여권의 추억을 꺼내 만지작 거리다 가죽 지갑에 곱게 들어 있는 조용한 내 여권을 훑어보니 만기가 다음 달이다. 다시 갱신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나도 차세대일반전자 여권을 가질 차례가 되었다.
차세대일반전자여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에 따라 여권 내에 전자칩과 안테나를 추가하고, 내장된 전자칩에 개인정보 및 바이오 인식 정보(얼굴사진)를 저장한 여권
우리 가족은 글로벌 가족답게 언제나 급히 여권을 사용할 수도록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 마음먹은 김에 바로 아침에 출근을 하며 흰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고 나섰다. 회사 근처 사진관에 들러 여권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것이다. 회사 주변을 검색을 해보니 몇몇 사진관이 나온다. 그런데 눈에 띄는 사진관이 있다. '박태준 사진관' 사람 이름을 걸고 하는 사진관이다.
깔끔한 작은 사진관에서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마 회사 근처다 보니 여권, 비자등 상용 사진들의 사람이 많아서인지 그 흔한 가족사진과 웨딩사진들은 없고 여권, 비자의 규격에 대한 설명과 예시 사진들만 걸려 있다. 단순해서 좋았다.
잠시 후 여권 갱신용이라 하니 여 사장님이 바로 앉으라 하며 익숙한 듯 사진을 찍는다. 두어 번 셧터를 누르더니 나에게 다가와 사진을 보여주며 너무 눈을 부릅뜨지 말라고 한다. 나이를 먹으며 자꾸 눈이 처지기에 일부러 치켜뜨다 보니 동그란 두 눈이 많이 어색하다. 알듯 모를 듯 두어 번의 셔터소리에 끝이 났다.
상큼한 사진관 내음에 갑자기 예전 어릴 적에 어둡던 흑백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긴장과 고요 속에 웃음이 갈피를 잡지 못했던 추억이 잠시 흐르며 재미있던 옛 사진관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요즈음은 젊은이들이 '네 컷 사진관'으로 가서 추억을 모은다고 했다. 시대와 분위기에 따라 사진도 사진관도 변해 가는 것이다.
대략 10여분쯤 지나자 여권사진과 일반 사진을 넣어준다. 덤으로 주는 것인지 원래 그렇게 하는지 모르지만 고맙게 챙겨들며 나오려는데
'사진 file은 안 필요 하세요?'
'파일은 얼만예요?'
'무료예요'
당연 메일로 사진파일도 전송받았다. 친절함에 기분이 좋다.
돌아오는 길에 어색한 나의 얼굴사진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며 곰곰이 살펴보며 나를 익히고 있다. 낯설다.
이제 여권 민원실에 찾아가서 신청하면 된다. 나도 차세대일반전자 여권을 받게 되겠구나 생각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