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에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저 어르신들은 오늘 처음 만난 분 일수도 있다.누가 묻지 않아도 집안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누가 궁금해하지 않은데도 여기에 온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도 해준다.
글쎄, 왜 그럴까?
주변에 관심이 많아져서 자기표현을 많이 한다고들 하는데
아마 생각 속에는 상대방이 긍금할 것 같은 이야기를 물어 온 듯 착각이 들 수도 있고 지레짐작의 오해를 없애려고 장황한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도 같다. 어쨌든 나이를 먹으면 말이 쉽게 많아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편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가 보다 요즈음 나잇살이 늘어나며 뱃살이 나대기에 여름 게으름을 떨쳐보려 몇 날 망설이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헬스장을 찾았다. 마치 운동기구 판매장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조그만 동네 헬스장이다. 괜히 들어왔나 싶어 다시 나갈까 망설이는데 떡 벌어진 어깨의 젊은이가 인사를 하며 앉으라 권한다. 그는 내가 이 문에 들어선 이유를 벌써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 이야기보다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입회원서를 꺼내 놓고 쓰라고 한다. 너무나 간결하다. 그래 난 이런 것을 좋아하지 심플한 것. 갑자기 마음에 든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다. 얼른 운동복을 챙겨 입고 이것저것 만져보는데 기구는 미국 중고 헬스기구인 듯 모두 영어로 되어있고 덩치들이 크다. 혹시나 다칠까 봐 작은 무게로 깔짝대도 누구 하나 참견 하는 사람 없다.
이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젊은 학생 같은 사람들뿐이다. 음악을 들으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핸드폰을 계속 쳐다보며 운동을 한다. 신기하다. 여기는 주로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곳인가 보다. 하지만 어쩌랴
첫날이라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 운동기구를 만졌는데도 팔다리에 알이 배었다. 그동안 너무 편했다.
이틀을 쉬고서야 다시 나갔다. 합창하듯 트레이너의 큰소리 인사를 받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갑자기 앞에서 빤히 나를 쳐다보시던 분이 계신다.
'나이 들어 보이는데 몇 살 이유?'
엥 이건 뭐지 다짜고짜.
'63년생인데요'
'아하 어쩐지, 난 57년 생이요 내가 형이네'
'여긴 젊은이들만 와서 좀 그랬는데 너무 잘되었어 기억해 나를'
넋살도 좋게 말까지 놓으면서 즐거워한다.
아무 생각 없이 다음날 준비 운동을 하고 매트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머리끝에 사람이 서있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그분이다.
'맞지? 그렇지? ㅎ'
'네 맞아요'
'하하 이제부터 형이라고 불러'
하~ 이상하다.
기구운동을 하다 옆으로 스칠 때면 자꾸 말을 건다. 아니 말을 건다기보다는 일방적인 자기의 말을 한다.
'내가 원래 이런 걸 안 했는데 우리 집에서 하도 나가라 해서 일 년 되었어, 블라블라~'
또 쫓아온다.
아무래도 여긴 아닌 것 같다. 어쩌지
나도 나이를 먹었는데 대꾸 한번 해줄까? 근데 나는 싫은데, 여기서 말하는 게 싫다고 해버릴까?
그런데 웃으며 다가오는데 어쩌랴 아무래도 내가 시간대를 바꿔야겠어 그리고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런데 지금
머리를 깎으러 미용실에 와서 처음 본 옆손님과 묻지도 않은 내 이야기를 하며 떠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