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임에 울린 돌림 건배사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by 롱혼 원명호

바쁘다 보니 가끔 보는 친척 모임은 왠지 서먹하다. 당연히 지인들 모임보다는 심적으로 편하지는 안겠지만 그래도 불편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마음에 서로의 배려가 오히려 상처를 주는 이상한 모임인 것이다.


그런데 사촌들과 조카들까지의 모임이라면 누가 편하게 달려들까, 설령 모였다 해도 조카들은 조카들끼리,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모여 앉아 서로 흉도 보고, 떠들다 웃기도, 다투기도 하며 내심 빨리 끝내기를 바라듯 남자들의 술 먹는 속도만 눈치껏 바라보고 있다.



이번에 아버님 구순을 마치고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끼리 펜션을 빌려서 술 한잔 더 하기로 했다. 특별히 조카사위가 운영하는 회쎈타 덕분에 푸짐한 로 안주를 장만하고 펜션 거실을 차지하고 있던 의자와 탁자들을 밀어내고는 수건 돌리기 놀이를 하듯 사촌부부들과 조카들이 모두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술을 따라도 서로의 거리가 있다 보니 제각각 떠들며 쭈뼛 거린다.


'자 처남이 먼저 건배 제의 한번 해보지'

매형의 갑작스러운 큰소리의 제안에 모두 집중을 한다.


'이렇게 가족들 모두 모였는데 하시는 일 다 잘되시고 모두 건강합시다. 건강을 위하여!!!'

평범한 멘트로 건배를 하고는 매형에게도 건배를 제의했다. 또 모두 집중이 한다.

'다들 돈 잘 벌고 부자 됩시다 위하여!!!'


하하 호호 점점 마음이 풀려간다. 이번에는 누나가 먼저 나선다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내가 오징어 하면 오징어해 오징어!!!'

하하 호호 재미있다.


이번에는 건물주 사촌동생이 해봐, 이번에는 취업한 큰 조카가, 미국에서 왔으니, 첫 사위가, 한 명 한 명 건배사가 돌아가자 마치 게임을 하듯 재미가 붙어 이번엔 내가 한번 더할게 또 이어지는 건배사에 마음이 풀리고 모두 집중이 되어 깔깔거리며 신이 난다.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사우나!!!

모든 것이 바라는 대로 일어나길 모바일!!!

변함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변사또!!!


술병이 비어지며 건배사만 이어지는데도 친척모임이 이렇게 재미있었던가 건배사가 뭔데 모두를 집중시키고 즐겁게 하는지 붕붕 떠 다니던 즐거운 분위기는 끝나고도 화합의 이야기로 계속 이어졌다.



며칠이 지난 뒤 언제 촬영했는지 직장을 다니는 조카가 공들여 찍고 예쁘게 편집한 동영상을 밴드에 올려왔다. 다시 보니 미소가 저절로 흐르며 더 재미있다. 당연 칭찬의 릴레이가 이어지고 그날의 기분이 다시 올라와 벌써 9월 벌초 모임 이야기들이 오간다. 즐겁다.


어색했던 각자 따로의 친척모임에서 돌림 건배사가 최고의 화합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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