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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Aug 07. 2023

저 눈썹문신 했어요

나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사람의 변화에는 내적인 것에서 시작되는 일반적인 변화가 있다면 외적인 부분에서 변화의 동기를 만들어 내면까지 새롭게 만들어 가는 변화도 있다.


퇴직을 하고 제대로 내 인생을 살아보자며 큰 뜻을 품고 서재를 정리하고 새벽루틴을 가다듬으며 독서와 운동으로 준비를 해 나가지만 그동안 나를 만든 잠재의식들이 끈을 놓아 주지를 않는다.


특히 가족과의 대화에 몰입과 리액션을 못하고 딴청과 회피를 하려 하여 '지금 뭔 생각을 하고 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나와 직접 관계된 일이 아니면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지를 않아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한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그럴 생각은 없는데 잠재된 그간의 의식들이 완강하게 버티며 훼방을 놓고 있다. 사람의 변화가 어느 날 무 자르듯 뚝딱 하고 나서는 것이 아니어서 변화의 마음을 잃지 않고 늘 반성하며 고쳐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 자주 피드백을 받으며 나가야겠다고 나름 굳게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푸념을 듣고 있던 딸이 결심을 한 듯 둘이 모의를 하더니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나에게 '아빠는 말로만 새롭게 변화를 하려 한다'며 그래서는 안되니 외면부터 바꾸자며 따르라 한다. 구시렁거리다  모녀에게 끌려나간 곳이 미용실부터 시작되었다. 머리를 쳐 올려 산뜻하게 하고는 눈썹 문신 예약과 정장대신 이제는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으라며 프리한 옷을 사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너덜너덜해진 핸드폰을 마침 새로 나온 최신폰으로 바꿔준다. 나쁘지가 않다.


원래 이래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고정관념 탈피에는 외부의 자극이 우선되면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고 하듯 나의 외부의 변화를 어찌 내가 스스로 나설 수 있었을까 딸과 아내에게 감사를 하며 이 기회에 정말 새롭게 변해보자는 의욕이 솟아오른다.


스스로의 의욕이 과했는지 어제는 치료를 위해 예약된 치과에 가면서 늘 맘에 걸렸던 앞니 벌어진 틈을 이야기했더니 성격 급하신 의사 선생님께서 즉 실천의 기운으로 바로 마취를 한방 넣고는 기다리라 한다. 덕분에 앞니 틈을 메꾸고 왔지만 아내와 딸은 변화를 모르는 것 같다. 그동안 나 만의 핸디캡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속이 후련하고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 같아 좋다.



책이든 강의든 많은 곳에서 우리의 마음가짐을 바꾸기 위해 내부에서 외부로 변하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변화를 외치지만 나 또한 그것이 최고라고 믿고 왔지만 오늘 외부의 변화로 스스로 내면의 변회를 가속시키는 현상을 체험하고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제대로 잘 내린 처방 같다.


신이 나서 지금 서재를 정리하며 그동안 책상 밑에 뒹굴며 묵혔던 책들도 다 치워버리려 한다. 기왕의 변화의 물결에 제대로 올라탄다. 


나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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