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고개를 삐딱해 보지만 소용없다. 손으로 내 머리를 받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 한다.
분명 내가 헤어디자이너에게 미리 말했다. 아내의 주문을 받아 왔기에
'윗머리를 기를 거니까 가장자리만 삥 둘러 정리만 해주세요'
단호하게 이야기했는데 지금 떨어지는 이 머리카락은 무엇인가. 기분일까?
정리만 해 달라 이 애매한 말의 정체가 궁금하다
2Cm 깎아 주세요 아니면 5Cm 남기고 모두 깎아주세요 분명했으면 좋겠는데
보통은 알아서 해주세요, 조금만 다듬어 주세요, 뒷머리 살짝 쳐주세요, 확 쳐주세요, 또는 침묵으로 내가 주로 헤어샾에서 하는 말이다.
이런 어설픈 이야기를 듣고도 철석같이 알아서 해주신다. 디자이너 소신대로 해 주신다. 그럴 바에야 가만히 있으면 될 텐데, 아마 일단의 가이드 요구만 받으면 그 기준에서 나이, 상태, 기분 또 약간의 성격에 맞춰 디자이너 소신대로 하는 것 같아 그래서 디자이너들께서 손님과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세뇌가 되어 가는 중 인지도 모르면서
'7년은 젊어졌어요, 멋있어졌어요, 딱 스타일이십니다~'
그렇게 느낌이 각인되어 나온다. 그렇게 사람의 말이 머리의 디자인을 최종 마무리해 준 것이다.
하옇튼 지금도 내게 자꾸 뭘 묻는다 가만히 있으면 좋겠는데 머리에 뭐라도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겠지?
어디 헤어샾에서 뿐 이겠는가
먼저번 먹던 그대로 해주세요, 좀 칼칼하게 해 주세요, 짭조름하게, 푹 익혀 주세요, 살짝 데쳐주세요, 삼삼하게, 삼인분 같은 이인분 주세요, 절대 짜면 안 됩니다 내 분명 말했어요, 이런 협박도 있으니 원
하지만 주방장 맘이다. 다만 말을 했으니 그렇게 해주었다고 느낄 뿐이다. 나머지는 서빙하는 사람의 미소와 재치가 그 맛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이다. 맛의 8할은 서빙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늘은 단골이라고 특별히 더 많이 드렸네요'
응? 처음 왔는데 시작 기분이 좋다. 저기서 맛에 불평하는 아저씨가 계신다. 얼른 달려가 받아서 다시 드린다.
'날이 더워서 손맛이 풀어졌나 봐요 호호. 특별히 다시 챙겼어요'
특별하다는 멘트와 함께 맛이 달라졌다. 신기하다. 맛은 혀가 아니라 머리가 기분이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잘 알고, 한마디 말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이해하는데 내가 직접 하면 안 되는, 계속 더 노력해야 하는 곳이 있다.
아내 앞에서는 안된다.
아내가 한번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맞다고 계속 세뇌의 최면을 걸으면 걸을수록 부작용만 커져서 결국 싸움이 된다.
그런데 그런 아내에게 잘 기분을 맞춰 세뇌시켜 주는 사람들이 있다. 신기한 그 사람은 '남'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