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절실하게 차분히 세상을 돌아보며 감정을 나누리라
일요일 새벽에 잠에서 깨어 산책을 나갔다. 멀리서 간간이 울리는 천둥소리에 서둘러 집으로 들어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긴 상념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고는 가슴이 이끄는 대로 자판을 두드린다.
나는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진 인생을 살아왔다.
강원도 시골에서 공무원의 시각으로 공대를 가야 취업이 잘된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원하던 것을 접고 취업을 목표로 정해진 공식대로 공대를 가고 군대를 마치고 대기업에 취직하자 모든 것이 끝난 듯 인생에 안도했다. 당시 그렇지 못했던 사람은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실망감에 젖어 살던 삶의 공식이 있던 시절이 이였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길이고 마치 인생의 시작과 끝을 이미 본 것 같은 지루한 그 길에서는 내가 별로 할 것이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심심한 길이다. 그러다 보니 우물 안의 좁은 직장사회 관념에만 올인하여 살아왔다. 의지심 의타심 복종과 충성심으로 가정보다는 회사 나보다는 동료 그것이 전부인양 밤새 몰려다니며 자기 계발보다는 얄팍한 곶감만 빼먹고 빈둥거리는 운 좋은 인생을 보내고 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변하여 권위가 없어지고 모든 것이 동등한 실력으로써 찾게 되는 투명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의 시각으로 보면 점점 살기 어려워졌다 볼 수 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 공정과 상식의 편한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위 Linkedin류에서 그 사람에 관해 알려준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은 변하여 남들이 나를 알아서 찾게 되었다. 유튜브가 그렇고 브런치가 그렇고 SNS가 그렇다.
당신의 일상 모든 것이 포트폴리오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송길영
퇴직을 한 지 4개월이 지나는 지금 일과 관련된 권위의 줄이 끊어졌다. 소위 말하는 핵개인의 알몸뚱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력과 뭘 안다는 것은 나의 지혜에 조금 함축되었을 뿐 사회에서는 쓸모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삶은 많이 남아있기에 새롭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몇 년간을 꾸준히 뭔가를 끄적거리며 왔다는 자신감이다.
나는 큰 배낭에도 겨우 들어가는 개발자용 대형 노트북으로 글을 끄적이고 있었다. 그저 상념을 푸는 것으로 절차도 방법도 모르고 자꾸 쓰다 보면 글쓰기도 실력이 는다는 조언에 용기를 가지고 나의 일상과 작은 감정의 표현을 Tstory와 Brunch에 잠시 시간을 내고 있을 뿐인데 감사하게도 이번 미국여행을 하며 아내가 그동안의 보상으로 생각했는지 갑자기 맨해튼 쎈트럴파크 인근의 애플매장에서 아이패드프로와 펜슬까지 사준다.
'아니 왜?'
'글을 쓰고 있잖아'
'내가 글을 쓰고 있다고?'
내가 글을 쓰고 있다고 아내에게 인정받으니 얼떨떨하다. 그것도 최고급으로 받아 든 고급장비에 매직키보드까지 장착하라고 한다. 나로서는 세상에서 필요한 최 첨단 장비를 갖춘 셈이다.
아직 애플기기의 활용법조차 잘 모르지만 장비부터 장만한 셈이다. 기왕에 받은 장비이기에 본전을 뽑으려면 험하게 자주 써야 한다. 그래서 우선 사용 툴에 도전하여 전문가 다운 사용자로서 변신의 새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꺼내어 끄적이며 함께할 장비를 품으니 가슴이 뿌듯해진다.
그동안 운이 좋게 살아왔다.
그에 보답으로 무슨 일을 하든 좀 더 절실하게 차분하게 세상을 돌아보며 함께 감정을 나누며 살아가야겠다.
운(運) 좋은 사람 >
과거는 잊어야 하고
미래는 운(運) 이라던데
내일이 오늘 되고
오늘이 새날 될지니
그 새날이 즐겁다면
운(運) 좋은 사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