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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임원이 될 상인가

통찰력이 사람을 모은다

by 롱혼 원명호

가슴이 갑자기 두근 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커피숍 창밖으로 펄펄 내리는 눈이 보았다. 눈 내리는 날은 아직 마음이 들뜬다. 펄펄 날리는 눈을 맞으며 뽀드득 밟다 보면 어딘가에 숨어있던 동심이 즐거워한다. 어릴 때는 저 새하얀 눈을 뒹굴며 먹기도 했는데 하는 아련한 추억도 잠시 이내 얼어서 미끄러질 도로와 축축해질 신발 그리고 녹아서 지저분해질 차량과 거리의 모습에 이내 냉정을 되찾고 차분해진다. 그만큼 현실의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꼰대가 되어있는 것이다.


깨진 감성을 알아채듯 갑자기 카톡이 울리며 누군가 나에게 까지 올해 회사 진급자 명단을 보내준다. 진작에 퇴사한 나에게 까지 오는 걸 보면 그래도 아직 인연은 남아 있는가 보다 하지만 부사장급에는 알만한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지인은 친절하게도 퇴임 임원의 이름까지 적어 보냈다. 연말이면 진급을 하신 분, 퇴임하시는 분들의 명단이 돌며 축하의 인사들이 오간다. 물론 퇴임하시는 분들은 잠시 그 중심에서 잊힌다. 심지어 바로 직급 없이 이름만 쓰는 홀대를 받기도 한다. 냉정함에 본인들도 속상할 일이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현실의 사회다. 가만히 보면 일만 잘한다고 진급하는 것도 아니고 아부를 잘한다고 진급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 결과를 경험한 꼰대들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리더십의 통찰력이 있는가가 핵심인 것이다.


지난여름 시골에 계신 아버님께서 눈이 많이 불편하시다는 연락을 받아다. 하지만 본인은 괜찮으시다고만 하신다. 잠시 망설이다. 서울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자고 모셨다. 의사 선생님의 진료는 간단치 않은 듯하다. 수시로 병원을 방문해야만 하는 검진과 치료의 스케줄을 받았다. 그래서 시골서 서울로 모시고 오르는 일을 내가 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인가 검진 후 모시고 내려가는데 강원도를 거의 다 통과하여 내려 올 즈음 갑자기

‘ 내린천휴게소가 동네분들이 좋다 하던데 한번 가보자 ’

나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서 마지막 휴게소인 내린천휴게소에 들렀더니 나의 팔짱을 끼고 모시고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바로 차에 타시고는 가자고 하셨다.

'휴게소 안 들러 보시고요?'

아버님의 겸연쩍은 웃음에 알았다. 아버님께서 화장실이 들리고 싶은 것을 에둘러 말씀하셨던 것이다. 연세가 많으시다 보니 소변을 자주 보신다. 내가 미리 알아차리고 가급적 자주 화장실에 미리 들러 오면서 내려오는데 그것이 미안하셨던 모양이다. 예전에도 집 앞마당에서 동네 어린아이들이 심한 장난을 치며 말을 안들을 때면 그들의 눈높이에서 아무개는 이렇게 하면 잘하던데 너희도 잘할 것 같다 내가 한번 봐야겠다 하시며 당신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유도하시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을 오래 하셨던 관록의 삶의 통찰력을 활용하신 것이다. 일본 도쿄대학 니시나리 가쓰히로 교수는 지하철역에서 실험을 통해 통찰력 있는 사람은 먼 곳의 개찰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세 명이 개찰구로 향한다면 통찰력 있는 사람은 일부러 먼 곳의 3번 개찰구를 택하여 그 뒤 오는 사람은 2번 1번 이렇게 분산되어 동시에 나왔다는 실험으로 만일 가까운 1번으로 갔다면 누군가 뒤에 기다리 던 지 2번 쪽에서 부딪힐 수도 있어서 불편을 감수하는 선택을 할 것 임을 내다보는 안목, 통찰력을 말했다. 그렇다 우리도 운전 잘하는 사람은 소위 방어운전이라고 해서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여 운전을 하는 통찰을 부린다. 이런 통찰력이 있는 삶이 실생활을 매끄럽게 하고 회사에 진급도 빠르게 하는 비결인 것이다.


남을 신경 쓰는 배려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배려가 많은 사람은 늘 친절하며 부담되는 행동도 베풀어 상대방의 기억에 자이 잡게 되어 고마운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부담이 된다. 내가 이런 타입 이어서 늘 아내에게 핀잔을 듣곤 한다. 하지만 통찰력은 미리 상대방의 불편을 헤아려 소리 없이 묵묵히 물길을 터 함께 가게 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잘 모르나 나중에 알게 되며 상대방과 함께 빛이 나게 된다.


회사에서 보면 세 가지의 인물들이 있다.

1. 남의 실적이나 성과를 못내 시기하며 깎아내리는 사람

2. 성급한 실적과 보여 주기식의 조급함에서 자신을 돋보여 주려는 사람

3. 통찰력으로 함께를 유도해 남과 함께 실적을 나누는 사람


아마 첫 번째 사람은 경쟁심이 불타올라 처음 매우 열심히 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과장조차 되기 힘들다. 두 번째는 똑똑한 직원으로 부장까지는 할 것이다. 하지만 임원이 되려면 그 이상의 진급을 하려면 세 번째의 통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주변에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늘 눈에 띄며 함께 이끌며 밀어주는 사람, 함께 공을 나누는 그런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 꼭 회사뿐 아니라 어느 모임의 집단이든 우리의 일상에서 그들은 자신의 통찰력을 가지고서 주변을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들은 모르고 지나가며 부러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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