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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말을 걸 뻔했다

잘 모르는데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상한 사람들

by 롱혼 원명호

잘 모르는데 너무나 잘 아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늘 만나던 공원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나도 영하의 추위에 2주 동안 꿈쩍을 안 했다. 나와의 약속에 자책을 하며 모처럼 새벽에 칭칭동여매고 나갔더니 두 분이 공원을 돌고 계신다. 역시 그분 들이시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였으니 새로운 목표와 각오를 다진 새로운 사람들이 나설 것 같아 나섰는데 변함이 없다. 이런 썰렁함 이란, 혼자 조용히 공원을 돌며 이어폰 명상대신 킥킥대며 서로를 비켜가며 걷고 뛰던 그날을 그리며 그 봄날의 환영을 미리 본다.


어느 동네나 주변에 하나쯤은 다 있는 그런 공원이 있다. 매일 새벽이면 일어 나서는데 그곳에선 서로 대화는 없어도 낯익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곳 만의 그 시간, 그곳 만의 조그만 사회가 펼쳐져 어우러지는 재미난 곳이 있다.


역시나 저 멀리서 부지런히 트랙을 나란히 걷는 독특한 걸음걸이의 세분의 할머니들의 쩌렁쩌렁 큰 목소리로 손주 자랑, 채소 가격 이야기, 아픈 곳 자랑 하기 등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는 나란히 할머니들이 트랙을 막고 걸어가고 계신다, 나란히 할머니는 내가 붙인 이름이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튕기듯한 밝은 걸음으로 트랙 한 모퉁이에 자신만 아는 돌 틈 사이 작은 돌멩이를 하나씩 옮기면서 도는 횟수를 헤아리며 걷는 용수철 할아버지 불편한 몸을 지팡이를 짚으면서도 부지런히 걸으시는 힘내요 아주머니 오늘은 옷 잘 입으신 할머니는 안 나오셨나? 매번 옷을 잘 차려입고 새벽 운동 나오시는 패션 할머니도 계시다. 아, 예의 바르신 매너 할머니를 잊을 뻔했네 오고 가는 누구든 인사를 건네시는 분이다. 내가 처음 인사를 건네받았을 때는 집에 와서 거울을 보면서 내가 그렇게 늙게 보이나 하며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이분은 누구나 다 인사를 해주셨다. 서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모두 다 아는 신기한 사람들 이 분들은 비가 오면 우산 쓰고 라도 걷는 의욕을 가지고 계신다. 아 거기에다 내가 운동하러 나갈 때 벌써 마치시고 인사하며 헤어지시는 무서운 분들도 계신다. 이분들은 도대체 몇 시에 나오실까,,


이제 조금 땀이 나며 몸이 풀어져 힘이 올라올 무렵쯤 이면 옆으로 휙 휙 하고 지나가기 시작한다. 늘 신기하게도 상체를 고정시키고 조깅하는 로봇 아저씨이다. 사실 처음 추운 날 푹 눌러쓴 옷으로 조깅 모습을 봤을 때는 젊은 학생인 줄 알았다. 역시나 오늘도 나오셨네 철인 아주머니 검은 스타킹에 검정 팬츠와 티셔츠 거기에 두 겹으로 겹친 검정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조깅을 하는 긴 머리의 자그마하신 철인 아주머니 그 체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쉬 질 않는다. 그래도 아직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아직 안 나왔다. 허리에 벨트를 매고 음악을 들으며 스키니 조깅 복에 뛰는 무척 탄탄한 건강 아주머니다. 이분은 처음에 조깅 앱을 틀어놓고 그 지시에 따라 걷고 뛰고 하더니 이제는 체력이 올랐는지 뛰기만 한다. 이제 이분이 나와 뛰기 시작하면 내가 들어갈 때가 된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도 신기하게도 항상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등에 스태프라고 크게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산화를 신고 동산을 오르시는 스태프 아주머니이시다. 늘 스치다 보니 익숙하여 자칫 말을 걸 뻔하기도 했다. 이렇듯 모르는데 잘 아는 신기한 사람들과 어울려 새벽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아직 소개 안 한 섭섭해할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부딪히는 모두 우리 이웃들인 것이다.


사람 사는 것은 각자 삶의 여정은 달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기에 어느 삶의 길목에서 만나면 차분 해지며 친근한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닌가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삶을 어렵게 풀어 나가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래서 시대의 지성이라 일컫는 찰스 핸디는 사람은 어느 위치에서나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라고 하지 않았겠는가 우리 모두들 이미 서로 알고 있는 대로 그렇게 쉽게 삽시다.


잘 모르는데 너무나 잘 아는 이상한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즐거운 새벽운동을 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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