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사람의 감정뿐 아니라 먹는것도 마음도 영향을 준다
사람이 감정의 변화를 겪는데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특히 심리학 분야에서는 장소와 날씨를 외적요인으로 보는데 특히 날씨가 감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날씨의 요인은 단순한 감정뿐만 아니라 사람의 먹는 활동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날씨 마케팅, 기후마케팅 이라고 까지 한다고 했다.
지금 조용히 산책 중인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춥지않은 이상한 비가 내리고 있다. 비는 분명한데 빗방울 떨어지는 것은 못 느끼다 보니 우산 없이 편안한 낭만적인 산책길 이다. 한참을 걷다보면 비 한방울 맞은적이 없는데 어느새 옷이 흠뻑 젖어 있어 개구장이 심보가 올라 산책길이 더욱 재미있다. 간지럽고 보드라운 연무의 감각이 입가를 스쳐 지나간다. 무얼까, 맞다 이제 생각이 났다. 이것은 안개비 였다.
안개비, 보슬비, 이슬비, 부슬비, 가루비, 싸락비 등등의 표현이 다양한데 이중 안개비는 매우 적게 오는 비로 빗방울의 입자가 미세하여 안개처럼 보이기 때문에 안개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양이 매우 적어 오랫동안 와도 땅이 많이 젖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신기했던 비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오래전에 브라질 마나우스에 있을때가 생각이 난다. 아마존강을 끼고 있다 보니 사방이 끝없는 드넓은 평원으로 저 멀리 얼마큼 되는지도 모르는 곳에 검은 구름 한무리가 보이면 그곳에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슬슬 이리로 다가오면 얼마쯤후 비가 내릴것 인지 예측도 가능하며 광활한 평원위에 조그만 한무리의 검은 구름 이다보니 귀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강렬함에는 내리꼿는 소낙비의 일종으로 남미 특유의 열정이 느껴졌다. 그 곳에 있는 동안 한번도 우리의 이슬비, 보슬비 같은것은 본 적이 없다. 오직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이 아니면 강렬한 소낙비 두 가지뿐이다.
마나우스의 소낙비 정렬과 우리의 안개비 운치, 젊어서는 열정적인 화끈한 소낙비가 시원 했는데 지금은 운치있는 안개비가 포근하다.
겨울 안개비 >
가벼워진 세상 만큼
아무도 모르게
흠뻑 젖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연무 뒤로 숨은
심술은
우산을
쓰기도 벗기도
어쩌란 말인가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과 닮았을까.
이런생각 저런생각을 하며 안개빗 속을 걷다보니 갑자기 촉촉해져 시상이떠 올랐다. 몽한의 길위에서 안개비에 낭만을 훔치고 있다 보니 축축해진 옷에 속이 떨려오며 갑자기 얼큰한 짬뽕이 생각난다. 마치 마나우스에서 강렬한 소낙비를 흠뻑 맞고나서 찿던 '탐바퀴' 요리처럼 감정의 끝에서 갑자기 먹을것이 떠오른다. 얼른 감정의 절정을 완성 하기위해 주섬주섬 중국집으로 향한다. 날씨가 사람의 감정뿐만 아니라 먹는것 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 맞는 말인것 같다.
감정에 취하고 나면 음식이 그 정점을 찍어줘야 한다. 우리는 화창하던지, 비가 오던지, 추울때, 더울때, 화가 났을때, 기쁠때 결정적인 꼭지에는 그와 맞는 음식이 있다. 그래야 모든 감정이 완성이 되어 끝난는 것이다. 지금 나의 감정의 절정을 이끌어 마무리 지어줄 것은 오직 짬뽕뿐 이다. 한모금 후르룩 매콤 화끈한 열기가 속을 타고 내려가더니 다음을 기다리며 애원하듯 위를 처다보는듯 하다. 또 한모금에 온 몸이 풀어지자 잠시 두 손을 내려놓고 흐믓하게 뱃속 작은 신경에 하나하나의 촉각을 느끼고 천천히 버섯을 음미하며 산속의 향기를 들이 마시고 이내 해물의 식감으로 경쾌함을 올리며 절정으로 향해 치 달려가고 있다.
예측이 안되는 요즈음 세상 속 내던져진 삶이 안개비와 같이 이러지 저러지 못하는 어정쩡한 갈등에 엉뚱하게도 짬뽕이 확고한 결정을 요구하며 입안을 강타하고 있다. 축축한 냉기는 어느새 땀샘으로 바뀌어 연신 이마를 흠쳐 내고 있어 참을만큼 참았다. 그래 이제 결정했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Tu was du liebst) 라고 휴일날 안개비의 낭만이 큰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