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향기를 빠트리고 보냈는가 보다
문 앞에 쌓인 택배들이 서로 으쓱대기도 하고 창피해하기도 하고 있다. 다들 똑같아 누가 보낸 건지 알아보기도 힘들다. 만일 냉장보관 띠가 없다면 일찍 관심도 주지 않는다. 그냥 뭐가 왔나 보다 하고 던져 놓는다. 게 중에는 정성스럽게 선물이라고 누군가는 많은 생각을 하며 보냈을 텐데 말이다.
요즈음 설 명절이라고 귀하게 생각하여 주고받는 선물들이 한창 많이들 오간다. 무심히 받으라고 툭 던져지는 택배 선물들은 아닐 텐데 우리는 무덤덤히 누가 보냈네 하며 받아두고는 아무개는 왜 안 보내는 거야 이번엔 내가 받을 만 한데 한다. 이렇게 의무와 형식으로 대하기에 선물의 의미와 낭만은 찾기가 많이 힘들어졌다.
왜 그럴까?
사는 동안 감사할 일, 죄송한 일, 축하할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는 그럴 때마다 인사치레를 하곤 한다. 요즈음은 물건을 보내는 일은 택배가 일상이다 보니 편리함에 선물의 진정성도 낮아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수많은 선물들은 계속 오고 간다.
느낌은 있던가?
그렇다 선물을 받는 이의 자존심과 나를 나타내는 존재의 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함부로 선물을 선택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주고도 욕먹는다는 말까지 있다. 왜 선물을 성의와 감사로 생각 않고 자존심까지 거들먹거릴까 그것은 아직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일상이 보통의 일로 잘 자리 잡히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오래전 회사일로 업무상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일이다. 휴일 담당과장이 자기 집에 엔지니어로 교육 방문한 우리를 초대하였다 예의상 그냥 갈 수가 없어 어쩌지 하면 좋은지 모여 의논을 하였다.
뭘 가져갈까 가져온 기념품은 거의 주고 남은 것은 부채밖에 없는데 어쩌지
그건 안 돼 부채를 주다니
맞아, 부채를 주면 욕먹지 안돼
한참의 실랑이 끝에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사러 둘러보다 좋아 보이는 가습기를 하나 장만했다. 당시 가습기가 별로 없어서 그게 뭐에 쓰는지도 모르고 가격도 적당하여 잘 포장해 달라며 가져갔다. 같이 간 일본 코디는 조그만 상자 하나를 달랑 거리며 가기에 우리는 속 웃음을 흘렸다. 좁은 집안에 들어서며 인사를 몇 번 꾸벅이다 먼저 선물을 드린다. 코디의 과자 선물에 온 집안이 즐거워한다 고맙다고 연실 꾸벅이기에 우리 것 받으면 절까지 하려나 기대에 차 당당하게 드렸더니 한참을 보더니 코디에게 뭐 하 하시곤 어서 들어오라고 해서 밥과 사케를 먹으며 즐겁게 보내고 왔는데 다음날 코디가 우리 선물을 다시 가져왔다. 못 받겠다고 하신단다. 자기가 아주 혼이 났다며 투덜거리기까지 했다.
왜, 도대체 왜 그런데
일본에서는 선물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라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는데 교육받으러 온 사람들한테 이런 것을 받는 것은 부담이 되기에 선물이 아니라고 한다. 차라리 남아있던 부채 선물이었으면 감동을 주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어떤가,
예전 어느 아파트에 살 때 앞 동에 한 친척 어르신이 이사를 오셨다. 아내랑 같이 인사도 드리고 초대하여 밥도 같이 먹고 한 동안 잘 지내다. 어느 더운 휴일 마트를 지나다 보니 예쁜 병에 어릴 때 가끔 마셨던 지금은 보기 드문 시원한 음료가 보이길래 친척 어르신이 좋아하실 것 같아 싶어 두병 사들고 일부러 찾아가 마셔보라고 드렸다 그런데 그 후 지금까지도 심지어 그 집 아들까지도 내 흉을 본다고 한다. 한 박스도 아니고 두병만 달랑 들고 왔다고 성의와 감사, 배려 그리고 자존심, 상대의 격에 대한 혼란이다. 더운 날씨에 구하기 귀한 옛날 음료가 보여 어르신 생각이 나서 일부러 찾아 드린 건데 거기서 격식 이라니 심지어 젊다는 아들까지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 놀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들께 나의 평소 배려가 부족했었던 것 같다.
선물이란,
큰 것 묵직한 것 포장의 예술 등등보다는 평소 보내시는 분과의 관계에서 풍겼던 사람의 향기, 배려, 관심이
물건에 담겨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선물에 자존심까지 건다는 것은 그만큼 평소에 자존감까지 걸 정도의 어려웠던 사이 이거나 서로의 배려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의 작은 과자에도 감사히 받는 것은 평소 배려를 고려한 서로의 크기 정도 일 것이고 이런 것은 따지고 보면 모든 게 자신의 본인의 문제일 진데 선물을 보내기 전에 선물의 크고 작은 것을 논하기 전에 평소 그분에 대한 본인의 사람의 향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부족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채워 넣는 것이 더 큰 좋은 선물일 것 같다.
선물은 평소 풍기던 그의 향기만큼의 가치로 전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