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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정을 쇠었어요

삶을 바꾸는 방법들

by 롱혼 원명호

아버님은 매우 철저하셨다. 사회적 규율로 정해진 것은 무조건 따라야 하고 공중도덕의 실천도 엄청 강하셨다. 식구들이 그것을 모두 어기지 않게 하시려니 특히 우리들은 일상이 아버님의 끝없는 잔소리를 들어가는 배움으로 힘들어하였다. 아내가 우리 집으로 시집을 오기 전 까지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고 지내왔기에 불편하였지만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아왔었다. 하지만 아내가 반기를 들기 시작하였고 분가한 우리만 이라도 요령 있게 살자며 고지식한 습성에 젖어있는 나를 답답하다며 타박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우연히 양가가 동의된 것이 하나 있었다. 생일이며 명절을 양력으로 쇠는 것이었다. 두 집안이 무슨 연유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 일치되어 귀한 공통점 하나를 찾았다고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교육공무원이셨던 아버님의 뜻에 따라 설 명절을 당시 정부 정책에 충실하여 우리는 양력으로 신정을 쇠었다. 조용한 시골에서 1월 1일 양력 설날은 우리 동네에서 아버님과 같으신 몇 분 계셔서 우리와 그 집들만 신정을 쇠다 보니 더욱 썰렁했다. 그렇다고 음력설날에는 다들 웃고 떠드는데 우리만 그냥 있기도 뭣해 또 음식장만 하는 이중으로 소비하는 날이 되었다. 그것이 고지식하셨던 아버님의 철학으로 자리를 잡아 지금 내가 가장이 되었어도 나는 양력설인 신정을 쇠고 있는 것이다.


지금 보니 좋은 점도 많다.

신정 때는 그리 복잡하지도 않아 편하게 시장도 보고 조용히 차례도 지내며 새해를 맞아 가족끼리 해돋이 다짐도 한다. 구정 때는 사람들의 야단법석 복잡한 틈 속을 구경하듯 즐기며 나름 여유로운 명절로 긴 연휴의 알찬 계획도 세울 수 있으니 없던 시간을 선물 받은 것 같은 충만감의 여유로 행복해진다. 그리고 한번 더 결심할 기회도 가진다. 신정 때 해가 바뀌며 결심했던 계획들이 작심삼일로 느슨해질 무렵 구정으로 다시 한번 결심을 가질 기회를 준다. 참 감사한 명절날이다.


구정의 전통은 중요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맞고 네가 틀리고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살아가는 방식에서 질서와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의 개념 정의에 의해 바뀌어지면 엄청난 효과를 보는 일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았다. 소위 말하는 징크스도 맞서보면 또 다른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의 변화, 개념의 재정의로 다른 삶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에드 마일렛'이 말했다. “하루가 24시간이란 개념은 정말 어리석은 개념입니다. 이는 자동차나 전기가 없을 때 고안된 개념이죠 지금이면 몇 초 안에 끝낼 수 있는 일들을 예전에는 몇 시간, 며칠 몇 주나 걸리곤 했습니다. 그때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이기 때문이죠 그때의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시간을 측정한다고요? 미쳤죠 어리석은 겁니다. 전 하루를 3일로 나눕니다. 이렇게 저는 1주일을 21일로 사용합니다. 이게 한 달이 쌓이면 모두를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1년이 지나면 아무도 저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고 5년이 쌓이면 인생 전체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불변의 시간까지 스스로가 재정립하여 살겠다는 것이다. 실로 엄청난 일 아닐 수 없다.


인생의 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한 발자국 거리에 있다 한다. 내 마음속에도 있는 것이다. 다만 나의 고정관념과 비효율적인 신념을 바꿔볼 수 도 있다면 얼마든지 지금의 현실을 재해석하여 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완고하시고 고지식하셨던 아버님의 교육 속에서 반항하는 작은 마음이 억지로 효율과 변화의 아량을 품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이 유연해지고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고착되는 마음이 사라져 갔다.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고 건널 수 도 있다. 다만 내가 가졌던 생각에 대한 개념을 재정리하면 새로 출발할 수 있다.

모두들 여기까지는 잘 왔다.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내디딜 때는 새롭게 효율적인 가치의 개념을 재정립하여 하나씩 바꾸어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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