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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Sep 07. 2024

60대가 PT를 받아야 하는 이유

울퉁불퉁 몸짱이 전부가 아니었다.

운동은 자기 몸에 맞는 것을 찾아서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 - 정성근 교수


그동안 헬스를 잘못 알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 들어설 즈음 백수의 가벼운 걸음이 집 앞을 거닐다 팔랑거리는 전단지를 보았다.

'Open event. PT. ~ 석세스짐 수원신동점'


뭐 어쩌고 저쩌고 여러 유혹의 글들이 있었지만 그냥 PT에만 꽂혔다. 그동안 PT를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터라 갑자기 마음을 동하게 되었다. 정확히 PT가 뭔지 잘 모르지만 가끔 미국 사는 딸이 우리 집에 오면 제일 먼저 동네 짐에 PT를 등록하고 운동을 허곤 다. 


'아빠도 운동을 해 처음에 제대로 배워야 하니까 며칠이라도 PT를 끊어' 

딸이 던지는 말이 고맙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해 늘 속으로 부러워만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가 오늘 용기를 내본 발걸음은 어느새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다.


'그냥 구경만 해보고 오지 뭐'

들어선 석세스짐은 의외로 조용하다. 쭈뼛거리며 둘러보는 나를 보고 저기서 누군가 빠른 손짓을 해댄다. 오라는 건가? 아니다. 신발을 신으라는 손짓이다. 어쩐지 바닥이 미끌거린다 싶었다. 이렇게 우리의 만남은 낯설었다.


관리 직원으로부터 이곳저곳 새로운 기구들과 샤워실을 자랑스럽게 소개를 받고는 여기는 PT전문 샾이라 사람이 붐비지 않아 운동하기 좋다며 나를 힐끔힐끔 보더니 사무실 자리로 안내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있나요?'

'힘이 부치지 않을까요?'

'PT는 처음인데'

부질없는 나의 연속된 질문을 뒤로하고 관장님은 나이 먹을수록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길게 설명을 하고는 오픈이벤트의 기회를 잡으라며 몸짱 트레이너들의 사진을 불쑥 내밀고 가입을 권한다.

그렇게 홀리듯 얼떨결에 가입을 했고 드디어 나도 당당히 짐에서 PT 받는 사람이 되었다. 




부푼 마음으로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그렇게 자랑하던 기구는 아직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하고 inbody측정과 한 발로 서기 등 여러 스트레칭 자세만 배우면서 가끔은 트레이너로부터 뜻밖의 마사지도 받았.


'아니, PT라면 기구를 들고 내리며 핫둘, 헛돌 힘쓰는 것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 거릴 때쯤 전담 트레이너께서 일 주간 나의 분석 자료를 펼쳐놓고는 몸의 어디가 굳었고 어느 곳이 불균형이 있으며 또 어디가 약하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저런 운동을 할 이니 잘 따라와 주십사 부탁을 한다. 그리고 덧붙여 매끼 식단도 지침에 따르고 사진 찍어 보내달라 한다.


'왼 어깨가 올라가 기울어졌는데 왜 그런가요?'

'으쓱해 보세요'

'괜찮아 보이네요, 그럼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 운동을 합시다'


이런 식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몸상태를 질문해 가며 거기에 맞는 운동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가다 보니 안 쓰던 근육들이 통증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그곳을 또 집중적으로 활성화시켜 준다. 그렇게 기분 좋은 뻐근함에 취하여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이 많은 수강생은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주 3일 무덥던 여름을 버터 냈다.


그렇게 25회 차가 되던 날 그날은 세 번째 인바디를 측정하는 날이다. 결과지를 들고 설명을 해주던 무덤덤하신 트레이너께서 갑자기 큰 소리 관장을 불러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기적이라며 호들갑이다.


'어, 어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 놀란 마음은 걱정스러운 부담이 덮쳐온다.


60넘은 나이에 한 달 만에 체지방이 1Kg 이상 내리고 근육량 1KG 이상 오른 것은 정말 대단하단다. 그것도 중량운동을 조금 하며 기본 훈련만으로 이루어 냈다며 칭찬들을 해댄다.


기분이 좋다. 그러고 보니 정말 내 몸이 많이 균형 잡히고 유연해졌다. 체중도 줄고 특히 굳었다던 고관절이 풀린 것 같고 뒷몸태도 늘씬해 보인다. 무엇보다 전보다 가벼워진 몸은 확실하다. 이러니 들뜬 마음은 벌써 연장 PT를 제안하고 있다. 




그동안 소위 헬스라고 하면 떡 벌어진 어깨에 근육질 몸을 만드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PT를 시작하며 담당 트레이너의 이론 설명도 틈틈이 받다 보니 스스로 나의 PT 목적을 재정립하게 되었다. 


나이 먹고 하는 운동은 우락부락 근육 몸을 만드는 것은 희망사항이고 우선 몸의 균형을 맞추고 제대로 자리 잡힌 근육과 유연성을 길러 정상적인 몸으로 계속 건강을 유지하는 힘을 얻기 위함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재미없어도 된다. 의미가 있다면 만족한다. 사실 제대로 된 재미란 삶의 이치를 깊이 헤아리는 의미에서 나오는 기쁨이다.  -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중에서


그렇게 기본을 배우며 틀어진 몸을 바로잡고 유연성과 근육을 붙이는 60대 헬스에 재미가 붙었다. 사실 처음에는 PT를 끊어 놓고는 비싼 돈을 내고 왜 이런 것을 하는지 혼자 할 것을 괜한 짓을 했다며 후회도 했었다. 하지만 변화되는 몸과 마음에서 PT의 묘미와 의미를 깨달아 사는 재미와 즐거움이 덩달아 달라붙었다.  


헬스는 울퉁불퉁 몸짱이 전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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