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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Sep 21. 2024

그래서 어쩌라고요 그냥 웃으세요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복창이 터진다


미국을 간 김에 캐나다 벤프의 자연을 마음에 담고 싶어 캘거리로 가려는 중이다. 국제선이기에 미국에서도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3시간 일찍 나왔는데 아직 창구 닫혀있다. 팻말에는 탑승 2시간전인 7시부터 오픈하겠다고 쓰여있기에 바쁜 마음을 애써 참으며 기다리고 있다.


두둥 7시 정각에 두 분이 나타나신다. 하지만 그들의 스몰토크는 여전히 메아리가 되어 창구를 맴돌 겨우 자리를 찾은 듯 앉는다. 이제야 시작하는가 보다 했다. 그런데 아직 아니다. 이제야 컴퓨터 부팅들을 하고 또 뭘 잊은 지 서류 가지러 오가며 서로 얼굴을 보면서 끊이지 않은 웃음소리만 가득하다. 에고,,


역시 밖으로 나와보면 안다는 세계 최고의 우리나라 서비스에 익숙한 한국 아저씨가 슬슬 열이 달궈오른다. 그래도 어쩌랴 참아야지 꾹꾹.


드디어 제일 경험 많을듯한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오라고 손짓한다. 천만다행이다.


여권을 내밀자 캐나다 비자 달란다. 당근 넵 여기 있습니다. 빠른 동작으로 공손하게 바치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왜 빨리 안되냐고~, 묵묵히 계속 타이핑만 뒤적이더니 씩~ 웃으며 한마디 한다.


오늘이 처음이란다.

what !           


끓어오르는 속을 연실 시계를 보며 달래는데 10여분 지나자 꽤 근엄하던 얼굴이 환하게 웃으며 돌주먹을 휘둘러 샤우팅 한다. 번역하면 '아싸~' 하는 것 같다. 스스로 칭찬하듯 만족하더니 항공권을 공손히 두 손으로 건네며 '감사합니다' 말을 건넨다. 왠일 정겨운 한국말 인사를 들으니 하려던 욕이 쏙 들어간다.


그리고 또 시작되는 스몰토크. 자기가 의정부에서 근무한 미군출신이라며 라블라,, 다행히 미소는 짓고있지만 딱딱하게 굳은 내 얼굴을  또 나의 몹쓸 히어링과 함께 그가 멈춰 섰다.


이제는 아내 차려다. 여권과 그린카드를 내밀었더니 캐나다 비자 달란다. 그린카드도 캐나다 비자가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덧붙인다.

what !!


큰일 났다. 미국 영주권자는 캐나다 비자 없어도 된다 했는데. 어쩔 줄 몰라하는 우릴 보더니 갸우뚱거리며 옆에 젊은 직원에 물으러 간다. 한참을 떠들더니 '예쓰' 하며 또 주먹을 날리고는 달려와 큰 미소 들이밀더니 비자 없어도 된다며 뿌듯해한다. 완전 주객이 바뀌었다.


어찌어찌 발권을 하고 나서니 창구 앞에서만 30분이나 지났다. 다른 손님들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어쩌려고 그러느냐 이 AA야.


출국장 또 기다리야 하는 느긋한 긴 줄을 보면서 쏘리, 익스큐즈미를 연발하며 내려놓은 맘으로 스몰토크에 익숙한 그들이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이렇게 나도 익숙해져 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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