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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Dec 06. 2024

드디어 바를 잡았다

그렇게 PT가 위기를 넘어가고 있다

시작 3]


'명호님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


트레이너의 첫 질문은 매일 똑같다. 나의 컨디션에 맞춰 운동을 조절하시려는 배려에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여기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이름을 불러주는 친밀감이 있다. 아마 이곳의 특징 같다. 보통 회원님하고 부르지 않던가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친숙해지며 한발 다가선 느낌이다.


드디어 바벨을 잡다


처음 며칠 준비운동 만으로도 근육통으로 고생했지만 열심히 폼롤러 눌러대며 풀었더니 몸이 가벼워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 기초 체력 운동을 거치더니 드디어 바 앞에 섰다. 먼저 시범을 보이시며 한빈 바를 잡아 보라 하신다. 까짓것 불쑥 잡아 올렸다. 

'아니요, 아니요' 


다리를 펴고 앞발에 체중을 주고 가슴을 내밀며 내려가라는 것이다. 슬로비디오의 시퀀스가 복잡하다. 무엇보다도 천천히 내리는 것을 더 천천히 하란다. 미치겠다. 들고 내리는 중간에도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다음동작이 뭐드라, 바가 가벼운가 --'


드레이너의 손짓 발짓이 바빠진다. 천천히 소리밖에 안 들리지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하다. 다시 바를 내려놓고 내가 이해하는 언어로 풀어 설명하신다. 여기 헬스장에서는 내가 이해하는 언어가 따로 있었다.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잘하셨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뭐가 잘했는지 감이 잘 안 온다. 단 하나, 내려갈 때 올라올 때 가슴부터 내밀고 들었을 뿐인데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나를 보더니 잘하고 계시다고 대단하다고 엄지 척을 한다. 용기를 준다.  


몇 회를 거듭하면서 자세가 잡혀가지만 아직 복합적인 운동으로 나가기가 조금 더디다. 그렇게 인내심 많은 트레이너와 씨름을 하다가 결국 다시 매트로 내려왔다.



숨 쉬는 법도 모르고 살아왔다


운동을 하면서 숨을 참고 있었다. 그것을 트레이너는 본 것이다. 솔직히 어디서 숨을 쉬고 내뱉을지 잘 몰랐다. 물론 지시에 따라 마시고 내뱉지만 어느 순간에 꼬여서 물속에 잠수한 듯 계속 숨을 참고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트 위에서 숨 쉬는 방법부터 다시 배운다. 정원식 트레이너는 나를 맡아 고생도 많다. 나이 60에 숨도 쉴 줄 모르는 사람이니 말이다.


'코로 배를 부풀게 들이마시고 가슴은 움직이지 마시고 다시 내뱉고 그렇지'

만일 갓 태어난 아기가 깨임이 있다면 이렇게 호흡하는 법을 엄마에게 배웠으리라 지금 나는 다시 배우고 있다. 이러고 있으니 운동을 하면 또 호흡밖에 생각이 안 떠오른다. 이걸 어째 큰일이다.


며칠 지나 다시 잡은 바벨에서 이번에는 엉덩이에 힘을 주라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다시 호흡은 잊고 엉덩이만 조이고 힘을 주는 생각만 한다. 멀티가 안된다. 야단이다.


혼란스러운 운동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갑자기 어느 세월에 다 배울까? 아직 눈도 안 맞춘 기구들도 많은데 스스로 탓하며 말똥말똥 서있으니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트레이너가 조용히 말을 건다

 

'제가 지도하시는 회원님 중에서 제일 힘도 좋고 자세가 좋으세요'

'엥, 무슨 소리예요?'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제가 나중에 사진 보여드릴게요'


그런가? 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질문도 많고 스스로 긍정의 메시지를 던지며 위안한다. 

그렇게 나의 PT가 아슬아슬 위기를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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