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는 우리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시작 2]
오후 3시를 기다려 신발주머니를 들고 신나게 달려간다. 마치 어린아이들 태권도장으로 가는 기분이다. 아직 낯선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가면 언제 봤는지 '어서 오세요' 우렁찬 소리에 깜짝 놀란다. 그런데 다들 무슨 청소를 그리 열심이신지 볼 때마다 청소 중이다. 아직 오픈기간이라 그러신가
헬스복으로 갈아입고 어깨를 빙빙 휘두르며 어떤 바를 잡을까 궁금해 나서는데 갑자기 앞에 있는 침대 위로 올라가라 하더니 힘차게 어깨를 누르며 마사지를 한다. 엉 뭐지? 몸을 맡긴 채 수동적인 자세로 시키는 대로 엎치락뒤치락 거린다. 시원하다. 그러다 보니 생뚱맞게 올여름 명상스쿨에서 가부좌가 안되어 애를 먹었던 생각이 스쳐 지난다.
'제가 가부좌가 잘 안 돼요' 갸우뚱 거린다.
"아빠 다리가 안됩니다'
아하, 저와 함께 운동하면 고관절도 풀어집니다. 염려 마세요 하시고는 한 팔을 들어보라 하고 사진을 찍고 다리를 접어보라 하더니 또 사진을 찍으신다. 아마 신뢰의 증표로 before after를 보여주시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운동하냐고요 ~'
이번에는 폼롤러를 가져다 놓고는 몸 푸는 방법을 가르쳐주신다. 시큰둥하며 따라는 했지만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운동 전 필수 루틴인지를 나중에야 알았다.
만만한 것이 더 힘들다
폼롤러를 다리 사이에 밀어 넣고 눌러대고 어깨에 받치고 밀어댄다. 아프다. 아픈 곳을 찾아 더 누르라하신다. 그곳이 뭉친곳이란다. 그 말에 입을 닫았다. 사실 몸 전체가 다 아팠기 때문이다. 변변한 스트레칭 한번 안 하던 사람이 오죽하겠냐, 필드에 나가서도 허리 스트레칭을 하라면 허리는 세우고 무릎만 굽혀 팔을 눌러대던 사람들이다.
폼롤러에 몇 번 굴렀다고 몸에 열이 오르자 이번에는 바벨대 쪽으로 이동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운동하려나 보다 그런데 웬걸 노란 헬스 고무밴드를 걸치고는 잡아당기라 한다.
'장난하나'
속으로 비웃으며 잡아당겼다. 당연 힘 없이 쭉 늘어난다. 피식 웃음이 나서 주변을 살핀다. 혹시 누가 보려나 난 어깨 환자가 아닌데
'팔을 펴세요, 주먹을 굽히지 마세요, 천천히 하세요, 가슴 들으세요 -- '
갑자기 숨이 가빠지며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이거 정말 장난 아니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만만치 않다.
내친김에 스쿼트 자세도 배운다고 했다. 하마터면 나는 스쿼트 100개도 할 수 있다고 말을 할 뻔했다. 실제로 그랬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스쿼트가 아니라 까닥까닥 춤을 추었던 것이다. 모든 동작에는 원하는 근육에 집중하는 방법과 원리가 숨어 있었다. 그것을 배워 정확하게 필요한 곳에 자극을 주는 것이 헬스운동인데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근육으로 몸천체가 협업하여 춤을 추었던 것이다. 스쿼드도 정확한 자세로 트레이너의 구령에 맞춰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보니 10개도 겨우 해댄다. 힘들다.
힐끗힐끗 시계를 쳐다본다. 아직인가? 요동치는 마음을 달래며 겨우 마무리하고는 출석부에 사인을 하고 나자 시간 되시면 유산소 운동 좀 하고 가라시며 기계 조작 방법을 알려주신다.
네, 끄덕끄덕. 착한 수강생이 되어간다.
집으로 돌아와 어깨를 매만지며 아내에게 으쓱이며 운동강의를 펴는데 카톡으로 오늘 운동한 영상과 트레이너의 친절한 코멘트가 날아온다. 관리 시스템이 좋다.
'운동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다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몸 푸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굳어 있는 몸을 풀어야 해서 계속 반복할 것이라며 집에서도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라 한다.
'넵'
그렇게 긍정의 최면으로 몇 회를 거듭하다 보니 슬슬 몸이 적응되어 간다.
'그리고 헬스도 좋지만 연세가 있으시니 몸의 속근육 활성과 균형이 중요합니다. 제가 이것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열의에 찬 트레이너를 따라 운 좋은 수강생은 발바닥 푸는 것부터 한쪽 다리로 서서 균형 잡고 버티기 등 이름 모를 정적운동을 계속 이어갔다.
2주를 넘어서자 비틀어진 몸은 점점 균형을 잡히고 신경이 살아나는 변화를 느낀다. 신기해하는 얼굴에 정말 대단하시다는 트레이너의 엄지척은 생활의 의욕까지 넘치게 했다. 오히려 이번에는 내가 좀 더하자고 요청까지 한다. 본격 운동 보다도 이런 정적 스트레칭에 PT초보는 재미가 붙으며 오늘도 헬스장 가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정원식 트레이너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