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아주 인기가 많은 유튜브 경제프로그램에 세분의 프로가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을 자주 본다. 한 번은 초대 손님으로는 내가 엄청 신뢰하고 배우는 송길영 마인드마이너님께서 나오셨다. 너무나 몰입하여 푹 빠져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말을 잘하시는지, 하시는 말마다 느낌표 한 두 개씩은 꼭 붙이게 된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진행하시는 분 중 한 분이 어쩌면 자신이 지금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을 미리 알고 대답을 해주시는지 기가 막히다고 칭찬을 하신다. 그러자 같이 진행하시는 다른 분께서 한마디 거든다. 그 이야기는 분명 얼마 전에 자기도 했었는데 그때는 흘려버리고 지금 송길영 부사장이 이야기하니 어쩌면 그렇게 미리 알고 말씀해 주신다고 하시냐며 핀잔과 함께 맞장구를 치며 티격태격 즐겁게 진행하신다.
그렇다. 우리는(남자) 매번 주변에서 자신의 일에 공과 사를 불문하고 조언이던 충고든 많이 들으며 생활한다. 그만큼 열린 대화를 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지만 소위 팔랑귀라고 비웃음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 회사동료나 선배 그리고 친구들의 말을 아내의 말보다 더 높게 철썩 같이 믿고 거기에 따라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개인적인 가사 문제 까지도 그렇게 한다. 생활이 밀착되어 공유하고 있는 아내가 있는데도 전혀 엉뚱한 문밖의 사람의 말에 따른다. 왜 그럴까?
팔랑귀라서, 아니면 아내가 못 미더워 보여서, 아니다. 주변의 지인들은 남의 일이니 아니면 말고 식의 일단 듣기 좋은 말을 막 던져대니 맘에 들고, 시원시원 아는 것도 많아 보이며 전문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더욱 신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나중에 책임도 못지는 일인데 말이다. 그리고는 아내의 이야기는 건성의 잔소리로 듣고 흘려보내기 일쑤이다. 마치 지금 경제프로 진행자들이 주고받은 핀잔의 말과 같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뭔가 잘 못된 것이다. 큰일 났다고 한참을 후회하는데 또 어느새 그들의 위로와 조언, 충고에 둘러 쌓여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이것은 아내의 말만 들었으면 분명 잘 되었을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확률적으로 아주 많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조언이라는 것이 워낙 폭이 넓고 다양하여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많은 조언들 중에는 내가 흘려들었던 아내의 말도 분명히 있었건만, 결과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말을 안 들은걸 후회를 하게 된다. 설령 아내와 함께 내린 결정이 잘 못되었어도 같이 결정하였기에 마음의 상처는 금방 아물 수 있었는 데도 말이다.
결국 조언은 못 믿을 확률 게임이고 결정은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하는 진리인 것이다. 같은 고민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그리고 책임을 지는 사람과 상의하는 게 정답이라는 이야기다.
얼마나 팔랑귀들이 무책임한 유혹에 겉돌다 보니 너무나 한심해 보여서 안 되겠는지 누가 격언인양 ‘여자말을 잘 듣자’라고 외치며 제발 남자 들이여 여자의 말 좀 들어라 하고 호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요새는 술집 이름으로도 많이 쓰인다던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여자 말을 잘 듣자,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여하튼 맞는 말이다. 남자들이여 아내의 말을 잘 듣고 힘을 합쳐 주변의 무책임한 조언들에 대항을 해봐라 그리고 둘이 같이 결정해라. 이 말을 환갑을 맞아 이제야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깨우치게 되니 아쉽다. 그래도 늦었지만 인생 100세 시대 아내의 말을 잘 들을 기회는 아직 많아 다행이다.
정답은 없지만 늘 당신이 옳다.
오늘도 깨우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