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이 있는 몰입의 시간 덩어리
시작과 끝이 있는 시간 덩어리
'인간은 고도의 집중과 몰입상태로 생겨나 태생적으로 그 상태를 원한다 그래서 인생이란 그 안정상태인 고도의 집중과 몰입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관성인데 이를 나의 목표와 관성에 맞게 유지하며 가면 행복을 느낀다.'라고 말하는 박세니라는 유명 심리멘토가 있다. 그의 말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무엇을 할 때 고도의 집중과 몰입 상태로 들어가는 것은 그 결과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 그것으로 행복해진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할 때 가능한 고도의 집중과 몰입으로 들어가고자 노력한다.
모래시계를 보자,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이란 시간을 계속 유지해 주는 시간 덩어리이며 또 내 의지로 필요할 때는 언제나 시간을 집중과 몰입으로 이끌어 준다.
가운데가 잘록한 호리병 모양의 유리그릇 위쪽에 모래를 넣고, 작은 구멍으로 모래를 떨어뜨려 시간을 재는 시계인 모래시계는 이래 봬도 역사가 깊다. 기원전 150년 전부터 사용해 왔으니 그 효용은 인정된다. 둥근 초침의 시계보다 시간을 측정하는데 더 편하고 시작과 끝이 분명하니 몰입하여 집중하는 데는 최고의 시계이다.
사우나에 들어가면 모래시계부터 살핀다. 한 번, 두 번, 몇 번 뒤집으면 나갈 거라는 마음의 약속을 하고 앉아 버티기 때문이다. 이때 모래시계가 품고 있는 시간은 그것 전부가 현재, 지금인 것이다. 한 순간을 영원히 고스란히 품고 있는 모래가 만들어준 시간 덩어리로 전체가 현재로 유지되는 특이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뒤집어지면 반대편이 과거가 되고 또 긴 현재가 시작되며 미래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모래시계에는 새로운 질서와 철학도 있는 완벽한 몰입의 시계인 것이다.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활동이요, 시간을 견디기 어려울 만큼 길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안일이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또 예전 1995년 SBS드라마 모래시계의 유명한 대사로 이런 말도 있다. “너희 어머니가 나랑 해외여행을 갔다가 나 몰래 모래시계를 샀더구나. 이걸 나한테 건네주며 이런 말을 하더라. 이거 봐. 뭔가 뜻이 있는 거 같지 않냐. 한쪽 모래가 다 떨어지면 끝나는 게 꼭 우리 삶 같아.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지” 그렇다 모래시계에는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 그래서 그것이 삶의 활동에 최고의 몰입을 하게 도와주어 그 시간을 짧게 느끼게 해 준다.
시간의 말이 나온 김에 이 사람 이야기는 꼭 한번 하고 가야겠다. '에드 마일렛'이라는 사람인데 ‘The power of ONE more’라는 그의 책에 따르면 그는 하루가 24시간이란 개념은 정말 어리석은 개념이라 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있는 지금 몇 초 안에 끝낼 수 있는 일들을 예전에는 몇 시간, 며칠, 몇 주나 걸리던 개념을 그때의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시간을 측정한다고요? 미쳤죠 어리석은 겁니다. 하면서 그는 하루를 3일로 나누어 사용한다고 한다. 24시간을 3일로 조정하고 1주일을 21일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개념적인 시간의 승리자이다. 몰입을 지속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는 제쳐 놓더라도 시간을 개념적으로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다. 배워야 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이 사람도 둥근 시계에 쫓기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몰입에 필요한 나의 시간은 내가 만든다. 내가 시간을 만든다니까 이상한가? 둥근 시계의 초침은 흘러가는 우주의 팽창 만을 알려주니 서로 약속된 시각으로 필요할 뿐이다. 내가 몰입하는 시간은 모래시계와 같이 시작과 끝이 있는 시간 덩어리가 필요하다.
이제 시계를 여러 번의 뒤집힘으로 이번 글쓰기 시간을 몰입으로 초안을 끝냈다. 이후 맞이하는 여유로운 시간의 평화로움에서 아마 곧 또 다른 몰입의 시간을 만들어 낼 것 같다. 이렇듯 나는 내 안에서 내가 필요할 때 암시적의 몰입의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임은 분명하다.
“네 뒤에 있는 것과 네 앞에 있는 것은, 네 안에 있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 에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