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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내려다본다

그래서 나는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브런치가 좋다

by 롱혼 원명호

비가 내리고 그친 뒤 맑고 파란 하늘은 청명함의 절정이다. 태초 무릉도원의 어느 찰나의 순간이 내렸다. 오랜만에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공원 트랙을 걷고 있다. 질퍽거리는 물웅덩이를 피해 다니며 발은 넓게 팔은 높이 휘저으며 운동삼아 걷는 것이다. 30분을 넘기다 보니 벌써 몇 번 물이 튀겨지며 신발과 옷에 흙탕물이 튀어 신경도 쓰이고 아이들이 군데군데 물장난을 하고 있어 걸음을 잠시 멈추고 벤치에 앉았다.


세상의 온갖 더러움이 씻겨 내린 지금 이 순간이 본디 깨끗함을 보여주기에 연실 사진에 담으며 마치 기도를 하듯 하늘을 처다 보고 있다. 내 시야에 꽉 들어차 머리를 돌리고도 남는 파란 하늘의 광활함에 눈도 시리고 머리도 어지러워진다.


하늘은 무엇일까?

한계를 넘어선 생각과 진실이 있는 곳, 넓은 자유, 저 너머의 세상, 삶과 죽음, 끝없는 공간 등등 하지만 지금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어디선가 읽어 봤던 글 중에서 ‘직접 만지거나 닿을 수는 없어도 얼마든지 가슴에 품을 수는 있어 꿈을 꾸게 한다는 하늘’이라는 의미가 떠오른다, 하늘은 꿈을 꾸게 한다. 이 얼마나 강한 능력자의 말인가. 그래서 '당당하게 하늘을 처다 봐야 돼 고개를 절대 숙이지 말아라'하며 하늘에 의지하는 강한 말들을 듣고 용기를 받으며 지금껏 씩씩하게 살아온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기특하고, 깨우친 기분에 으쓱하여 오랫동안 파란 하늘에 취하여 있다보니 뒷목이 뻐근 거린다. 툭툭 뒷목을 치며 주변을 살펴본다. 바로 벤치 앞에 모여든 아이들이 물웅덩이에 비친 자기들의 모습들을 보며 깔깔대며 요리조리 피해 놀고 있다. 멍하니 귀여운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하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구름도 있고, 새도 날고 있고, 아이들도 있고 세상이 들어와 앉아 있다. 하늘이 웅덩이 속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그 틈으로 빼꼼히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관점은 다양하다.

나는 맞는데 너는 틀린 것 인가, 설령 그것이 상식이라도 진리라 하는 말이라도


모두를 포용하는 하늘 아래 정답은 없었다. 그냥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며 나의 뾰족한 생각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하늘을 아이들과 함께 내려다보며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하늘이 보여준 이런 다양한 마음이 마치 글로 쓰고 나눠 읽으며 이해하고 소통하는 브런치와 같아서 좋다.


<사진출처 네이버 fssy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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