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똑똑하지만 인간보다 ‘비효율적인’ AI의 시대
2025년 4월, 오픈AI의 추론 모델 ‘o3’가 인공지능계에서 다시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인간의 퍼즐 한 문제를 푸는 데, 이 모델은 무려 3만 달러, 한화로 약 4,400만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원이자 AI 윤리 전문가인 토비 오드(Toby Ord)가 직접 언급한 바에 따르면, “자신의 10살 아들이 4분 안에 풀 수 있는 간단한 퍼즐”이었습니다.
오드 박사의 트윗에 따르면, o3-하이(o3-High)는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데 1024번의 시도를 반복하였고, 각 시도마다 평균 4300만 단어 분량(약 137페이지)의 응답을 생성했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약 4,400만 단어, 즉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 권 분량의 텍스트가 생산된 셈입니다. 단일 문제 해결에 드는 계산량과 텍스트 출력량은 인간 지능과 AI 지능 간의 ‘질적 차이’가 아닌 ‘양적 과잉’을 시사하는 충격적인 지점입니다.
오픈AI는 GPT-5 출시에 앞서 o3 시리즈를 통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 가까운 추론 능력을 선보이려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ARC-AGI 벤치마크에서의 o3 성능은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업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비용과 연산의 폭발적 증가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o3-High는 가장 낮은 사양인 o3-Low보다 172배 더 많은 연산을 소비
각 작업당 수십 번의 시도와 고성능 GPU 장비가 요구됨
AGI 테스트 한 번에 3만 달러 → 연 10만 건 분석 시, 연간 3천억 원 이상의 연산 비용 추정 가능
이러한 비용 구조는 단지 "비싸다"는 차원을 넘어서, AI의 본질적 존재 이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반드시 효율성에서 인간을 초월할 수 있는가? 결국 AI는 인간처럼 똑똑해지되, 인간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우려입니다.
AI 기술은 종종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지만, 그것이 반드시 ‘현실적인’ 해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성능이 실용적으로 얼마나 활용 가능한지를 냉철히 되돌아보게 합니다.
오픈AI는 o3와 함께 GPT-5 통합형 플랫폼을 준비 중이며, 이들 모델에는 이미지 생성, 음성 대화, 검색 기능 등이 통합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실시간 처리 속도, 경제적 비용, 전력 소모량 등을 고려할 때 기업 고객이 이 AI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엔 큰 부담을 안게 됩니다. 실제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o3-프로 요금제는 월 2만 달러, 연간으로는 3억 5천만 원에 달하는 구독료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SaaS형 AI 툴을 넘어, 이제 AI가 프리미엄 인간 노동력의 대체제가 되고자 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더 고비용의 초지능 계약으로 전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오픈AI의 o3는 분명히 ‘추론’이라는 인공지능의 본질적 능력을 실현한 모델입니다. 수많은 시도와 수백만 단어의 텍스트로 무장한 이 모델은, 이론상으로는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췄습니다. 그러나 이 성능은 막대한 계산량과 자원의 투입을 통해 얻어진 것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딜레마를 드러냅니다.
즉, 인간처럼 문제를 푸는 능력을 가졌지만, 인간보다 10만 배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존재. 우리는 과연 이 방향의 기술 진보를 지지해야 하는가? 혹은, AI는 보다 실용적이고, 인간과 협업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가?
이러한 고민 속에서 AGI의 정의는 기술적 완성보다 철학적, 윤리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더 똑똑한 AI”가 아니라, “더 현명한 방향의 AI”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2025년 현재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