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나서
최근 뜨거우신 분이 생각났다.
전에 지나가다가 얼핏 들은 이야기인데
이 지점에 대해서 한 번 글을 작성해보고 싶어졌다.
"한신포차"라는 간판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강남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 간판들 대부분이 사실은 상표권 침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 기가 막힌 건, 정작 그 이름의 진짜 주인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쓸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80년대부터 역삼동 나루마을에는 포장마차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한신공영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그곳에서 신사동 유흥가에서 밤을 보낸 사람들이 새벽녘에 내려와 해장술을 마시던 것이 문화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한신포차'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저 그 동네 포차를 부르는 일반적인 명칭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누군가가 그 이름을 상표로 등록해버렸다. 아마도 그 사람 역시 그 시절 한신포차를 즐겨 찾던 손님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추억과 문화를 독점할 권리까지 얻은 건 아니지 않을까.
지금도 강남 곳곳에는 그때 그 포장마차촌에서 영업하던 사장님들이 계보를 이어가며 "우리가 진짜 한신포차다"라고 자부하는 가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이름을 당당히 쓸 수 없다. 상표권자의 눈치를 봐야 하고, 자칫 잘못하면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런 일이 한신포차만의 문제일까?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일반명사나 지역 문화를 개인이 독점해버린 사례들이 생각보다 많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음식 이름, 지역의 고유한 명칭, 심지어는 민요나 전래동화까지도 누군가의 '지적재산'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상표권이나 저작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창작과 노력에 대한 보상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 권리가 공동체의 문화와 기억을 사유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는 문제가 다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문화 도둑질'이 합법의 옷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먼저 등록한 사람이 임자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는 어떨까? 공동체가 오랜 시간 만들어온 것을 개인이 독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들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 시장의 유명한 음식점 이름을 프랜차이즈로 만들어 전국에 뿌리거나, 지역 축제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해서 사용료를 받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들은 전통 음식의 이름까지 선점해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신포차의 진짜 계보를 잇는 사장님들이 자신들의 메뉴를 제대로 표기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생각한다. 저작권과 상표권이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면, 과연 지금의 상황이 올바른 것일까?
문화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다. 누군가가 그것을 독점하려 한다면,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도덕적으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공동체의 기억과 문화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들에 맞서, 우리는 더 현명한 저작권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진짜 창작자는 보호하되, 문화 도둑질은 막을 수 있는 그런 제도 말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우리의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할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문화는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일이 진정한 저작권 보호의 의미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