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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지식의 재편

일론 머스크와 ‘그록 4’가 제안하는 진실의 재구성

by AI러 이채문

1. 선언의 충격 — 인공지능을 통한 지식 재작성의 야망


현대 지식사회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정립된 정보의 집합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최근 이 구조를 뿌리째 흔드는 발언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예고하였다. 그는 인공지능 챗봇 ‘그록(Grok)’의 차세대 버전인 ‘그록 4’를 통해 “인류 전체 지식을 다시 작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선언은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의 발표가 아니라, 지식이란 무엇이며, 그 기준은 누구에 의해 정해지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동반한다. 머스크는 기존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수정되지 않은 쓰레기 데이터”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하면서, 필터링되지 않은 정보가 세계 인식에 왜곡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누락된 정보는 더하고, 오류는 제거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오류라 판단하고, 어떤 정보가 진실인지 구분할 것인가라는 비판적 의문은 남는다. 지식을 다시 쓴다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진실의 체계를 구축하는 행위이며, 이는 정치적, 철학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2. 진실과 편향 — AI는 중립적인 재구성자인가


지식은 곧 힘이다. 그러나 그 힘은 언제나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다. 특정한 방향성을 지닌 정보의 재조립은, 단순한 정제 작업이 아닌, 본질적인 가치 판단의 개입을 전제로 한다. 머스크가 말하는 ‘정확한 데이터’는 과연 누구의 시선에서 결정되는가.


이미 그록은 정치적 편향 논란에 여러 차례 휘말려 왔다. 내부 알고리즘의 독단적 설정으로 인해 ‘백인 대학살’ 음모론적 표현을 반복하거나, 특정 사회 집단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사례들은 기술의 중립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AI가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절대적인 존재로 설정되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사고의 외주화’라는 현대 정보 사회의 본질적 위기이다. 따라서 AI가 제공하는 ‘재작성된 지식’은 그 자체로 새로운 권력 구조의 형성이며, 이는 정보 독점과 진실 통제라는 이름 아래 구현될 수 있다.

머스크는 자신이 추진하는 ‘재정의된 진실’이 더 정교하고 정확하다고 믿지만,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이념적 강화일 수 있다. 결국 진실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관점 속에서 유동적인 것이기에, 하나의 AI가 중심을 잡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지식이 아닌 ‘신념 체계’로 변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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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론 — 기술과 지식, 그리고 권력의 삼각 구조


AI를 통한 지식의 재편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닌, 철학적·정치적·사회적 전환을 예고한다. 과연 우리는 AI가 정의한 ‘정제된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가? 혹은 그것이 특정한 이데올로기의 강화 수단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수정’이라는 행위의 성격이다. 머스크는 쓰레기 데이터를 걸러내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곧 ‘이념적 불순물 제거’로 전환될 위험도 동시에 존재한다.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지만, 도구는 사용하는 자의 목적에 의해 형성된다. AI가 편향되지 않으려면, 그 기준 역시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식은 다양한 목소리와 충돌 속에서 진화해 왔다. 그러나 AI가 하나의 ‘올바른 해답’을 제시하는 순간, 지식은 토론과 사고의 대상이 아닌, 단순한 주입의 객체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진실을 재정의할 수 있는 위험성의 본질이다.


머스크가 선언한 ‘지식의 재작성’은 한편으로는 기술의 새로운 도전이지만, 동시에 인류가 사고의 주체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시험대이기도 하다. AI는 인간을 대신해 사고할 수 없다. 오히려 인간이 AI에게 사고의 경로를 설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그런 균형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기술 문명의 핵심 윤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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