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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maker Sep 27. 2021

불혹의 도전기

크로스핏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이상하다. 어느새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를 거쳐 불혹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나인데. 나이의 숫자가 중요한 고국으로 돌아와 앞자리 수가 바뀌니, 더 그렇다.


  나는 81년생이다. 한국 나이로는, 41세다. 지난 9년 동안 한국에 있지 않아서 돌아올 때마다 내 나이가 지극히 헷갈렸다. 생일 기준으로 나이 먹는 것이 아닌, 모두가 공평하게 새해에 한 살을 먹는 한국식의 계산법은 한국에서만 쓰기 때문에, 한국인이 없는 우리 동네에서는 지우고 살았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막내 쪽에 속했다. 늙었다고 여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한국에 돌아와, 삼십만 먹어도 자기가 나이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게 되니, 어색하다. 미국에서는 육십 대도 “나는 젊어”라고 말한다고 했다. 어느 나라 사람도 내게 “너 몇 살이냐”부터 묻지 않았다. 그야말로 잊고 살았는데 나이로 팩폭을 날리는 고국에 돌아오니, 기억하게 된다.


   사십의 주희도 삼십, 이십의 주희와 다를 바가 없다. 심지어 일곱 살의 주희가 어떤 심경이었는지도 아직 또렷이 기억난다. 지금은 이전보다 더 많은 의무들이 나를 붙잡고 있긴 하지만, 중학교 때의 나도 그리고 지금의 나도 특이한 안경을 쓰고 킥킥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동일한 취향의 소유자다. 이십 대의 나도 지금의 나도 박카스를 좋아하고 과자를 싫어하는, 같은 기호의 사람이다.


  내가 이전과 완전히 동일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며,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왔다. 이전에는 몰랐던 미(美)를 알았으므로, 나 자신에 덜 집중한다. 예를 들어, 아들의 아름다움을 알아버렸으므로, 기꺼이 희생하는 부분들이 많다.


  불혹이 되면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데, 지금 내가 속한 세상으로 인해 약간 의기소침하려고 하는 찰나, 두 가지 도전과제를 받게 되었다. 하나는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고, 또 하나는 오늘 등록한 크로스핏이다.


  오늘, 크로스핏에서 회원 신청서를 작성하며, 운동을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요가, 수영, 스피닝, 헬스, PT, 홈트레이닝, 줌바의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 잠시 머무는 동안, 내 시간이 이전보다 없기 때문에 불평을 하지 않기 위해 생각한 것이 운동인데, 원래는 PT를 받으려다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크로스핏으로 변경했다.


   등록만 하고 시작을 아직 안 한 터라, 첫인상만을 가지고 있다. 일단 한 달을 끊었는데 한 달 후에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헬스장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지만, 부디 한 달 후의 내가 도전에 성공하기를 기도해본다. 사십의 나이에는, 도전에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도 계속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을 즐길 테니 말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설렘이 즐겁다. 최소한의 자유가 허락된 한국에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나보다 체력이 훨씬 좋은 젊은이들과 함께이지만, 열등감을 갖는  아니라 스포츠 정신으로 버텨내길 바란다. 결국에잘할  있는 내가 되기를, 욕심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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