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관통하는 ‘나’라는 고유성
십 년 전에 자주 가던 스벅에 갔다.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니. 십 년 전을 그대로 기억하는 나는, 타임머신을 탄 듯 황홀한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어떤 날엔, 아침에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가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여러 시간 동안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점심도 그곳에서 파는 샌드위치로 때웠었다. 어느 날인가엔, 사순절 새벽기도를 마치고 친구들과 우르르 그곳으로 몰려갔다. 전날에도 늦게 잠이 들었던 까닭에 진한 커피로 애써 정신을 깨웠던 곳이다.
십 년 후의 나는, 그곳에 오래된 인연들과 앉아 있었다. 나의 과외학생들이었다. 삼 남매 중 맏이와 막내에게 과외를 가르쳤다. 맏이는 전문직 종사자가 되었고, 막내는 군대를 제대하여 직장인이 되었다. 중학생이던, 그리고 고등학생이던 그 아이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마치 십 년 전의 내가 갑자기 십 년 후를 맞이한 듯이 어색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오는 일이란, 이토록 이상한 일이다. 떠나기 전 기억들이 거리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 마치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어리둥절하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낯선 나는 이방인이다. 익숙한 버스를 보아도 노선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불안하여 타지 못한다. 꼭 바보가 된 것처럼 모든 것에서 버벅댄다.
그리워한 곳, 그렇지만 낯선 곳에서 십 년 전과 십 년 후의 나는, 나의 고유성을 확인하는 중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나라는 것을. 수많은 세월도, 심지어 결혼과 자녀도 나를 결코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을. 다행이면서도 서글픈 이상한 감정으로, 오랜만의 고국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