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쯤 전, 갑작스레 오른쪽 발목이 굳어져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해당 부위의 염증을 물리치료, 충격파 치료, 도수치료의 고통스러운 콜라보로 물리쳐냈다.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왼쪽 무릎에 통증이 생겨 또 진료를 받으니, 오른쪽 발목에 더해 왼쪽 무릎과 고관절까지 문제가 이어져있다고 한다. 실비보험의 은혜를 입어 꾸준히 병원을 다니고 있다.
몇 차례의 분석과 상담 끝에 통증의 진원지와 재활 방향이 정리되었다. 왼쪽 무릎과 고관절은 중둔근(엉덩이)과 대퇴직근(안쪽 허벅지)의 비활성과 대퇴사두근(바깥쪽 허벅지)의 과활성, 오른쪽 발목은 비골근(복사뼈 위)의 약화와 왼쪽 무릎의 부담을 피하기 위한 체중 분산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매 치료마다 비명을 참으며 이름도 생소한 근육의 명칭들을 기억에 담고 나면 진이 빠졌다.
치료사는 발목과 무릎, 고관절 중 어느 것이 최초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아래에서 올라간 것일 수도, 위에서 내려온 것일 수도 있어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신체의 불균형으로 통증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원인보다 균형을 만드는 바른 자세와 운동, 치료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신체가 불안하다는 것을 느낀지는 10년이 넘었다. 성장기 때에,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무릎의 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으나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그저 조심하며 살라는 말을 들었다. 방법이 없어 익숙해지는 길을 택했으나, 애매한 불편감을 가지고 살며 늘 바른 신체를 가진 이들이 부러웠다.
그러나 몸이란 것은 본래 불완전하고 약한 것이다.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차례 병원을 다니다 보니인체의 설계 결함이 참 많이 보인다.확실한 한 가지 미래, 곧 죽음을 향해 무익한 것은 지나치고 유익한 것은 모자라다.
몸뿐만 아니라 세상 어디에 완전한 것이 있기는 하던가. 세상만사 부조리들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거스르자면 끝이 없으니, 그저 주어진대로 부유할 뿐이다. 불완전한 세상이 몸을 배려해주지 않으니 몸 역시 불완전한 것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생활패턴을 고민하며 환경을 이리저리 고쳐보고 있다. 다리 꼬지 않고, 엉덩이에 힘을 주며 걷고, 웨이트 루틴을 바꿔보고 필라테스도 다닌다. 이 모든 움직임도 무너짐을 조금 늦출 뿐이지만, 그 움직임 자체의 숭고함이 유한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듯하다. 불완전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이 현재의 활력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