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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든 Aug 28. 2021

유튜브는 취미가 아니지 않나요

여가의 실종


어린 시절에는 시간만 나면 네모난 색종이로 세계를 모방하는 일에 열중했다. 또 레고와 퍼즐, 큐브 등 온갖 사부작 거리는 것들을 좋아했다. 그때까지는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상태가 드물었다.


  나이가 드니 손의 움직임이 단순해졌다. 퇴근하고 나면 침대에 누워 유튜브와 SNS의 스크롤을 끊임없이 내리는 일이 모든 시간을 빨아들인다. 성취도 즐거움도 없어 줄곧 후회하지만, 관성을 깨고 움직이기에는 몸이 너무 무겁다.


  성인 한 명의 엄지손가락이 스마트폰의 액정을 문지른 거리를 계산하면 하루에 약 230m가 나온다고 한다. 매일 손가락으로 50층 이상을 오르는 행동을 기쁨도 없이 반복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니 문득 소름이 돋았다. 노동도 여가도 아닌 것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만족스러운 휴식은 나태한 여유를 누릴 때보다 무언가에 선명히 몰입할 때 왔다. 운동이라던가, 영화나 책,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그랬다. 이들은 하릴없이 액정을 내리며 누웠을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마음을 쉬게 해 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시간을 체감하며 노동도 여가도 아닌 애매한 행동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아까운 정도가 아니라 날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느낀다. 시간을 죽여서 킬링타임이 아니라, 나를 죽여서 킬링타임이다.


  다행히 이제는 글쓰기라는 몰입할 유희 거리가 하나 늘었다. 일터를 벗어나는 산만한 지하철에서도 가능하니 지금까지의 모든 여가보다 접근성이 좋다고 하겠다. 소란한 곳에서도 한 번 메모장을 켜면 집중하게 되는 것이 산만한 뇌를 안정시키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세계를 모방하던 유년시절에서 벗어나 이제는 세계를 해석하고 움직이며 여가를 누린다. 이제야 유년기를 벗어나 성숙에 한 걸음 다가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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