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든 Mar 03. 2022

오늘 아침엔 병가를 냈다

   여느 날에 비해 특별하게 느껴지는 날은 아니었다. 겨우 하루를 일 한 월요일이었다. 퇴근길에 찾아온 갑작스런 멀미를 참아내며 겨우 집에 닿았다. 시큼하고 맑은 토사물을 확인하고 통제를 벗어난 머리를 침대에 뉘였다. 가벼운 편두통과 소화불량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다. 늘 그렇듯이 자고 일어나면 금새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싸늘한 새벽기운을 느끼며 수차례 일어났다. 오피스텔의 단창이 한파에 굴복한 것이라 생각했다. 오래지 않아 따뜻해지리라 믿고 온열매트를 달구며 아침을 기다렸다. 그러나 떨리는 것은 창문이 아닌 피부 아래의 감각이었다. 몸이 떨리고 좌우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뇌수가 한쪽으로 쏠리는듯했다. 침대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진 화장실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즉시 부서장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어제 저녁부터 두통과 구역질이 생겼는데 자고 일어나니 외출이 힘들 정도가 되었다, 열은 없으며 호흡기와 관련된 증상도 없으니 유행하는 감염병은 아닐듯하다, 오늘 하루는 집에서 쉬며 경과를 보고 다음날 출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급한 일도 없으니 푹 쉬고 회복하라는 답장을 받았다. 다시 눈을 감고 서둘러 다시 잠에 들었다.


   정신이 든 것은 정오가 넘어서다. 습관성 편두통으로 가까이 두던 타이레놀도 마침 남아있지 않아서 새로 사와야 했다. 떨리는 몸을 끌고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을 다녀왔다. 진통제를 삼키고 두어 시간을 앓은 뒤에야 겨우 병원에 갈 만한 몸이 되었다.


   신경과는 그 이름 탓에 치과, 이비인후과, 내과에 비해 잔혹한 인상을 하고 있다. 전문의는 그 인식을 잘 알고 있는지, 여타 의원들보다 친절했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증상의 시작과 경과, 추정되는 원인을 물었다.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를 진행하고 2시간여 만에 들은 병의 원인은 다름 아닌 '긴장과 스트레스'였다. 실로 김이 새는 진단이다. 보험처리를 위한 서류에도 '기타 원인불명의 두통'으로 기재되었다.


   전문의의 결론은 명료했다. 현재 알 수 있는 사실은 일시적으로 혈관이 좁아져 혈압이 높아진 상황이라는 것 뿐이며, 그 원인은 스트레스를 포함해 수십가지가 되기 때문에 정확히 제시할 수는 없다. 단지 증상을 없애기 위해 혈관을 이완시키는 치료를 행했고, 차후 재발 방지를 위해 건강한 습관을 들이고 비타민 D와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라는 것이다. 식당 TV에서 나오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들을 법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었고 일상을 찾을 수 있었다.


   별다른 특징 없는 일상도 작은 사건으로 쉽게 흔들린다. 이런 류의 병환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기에 예측도 예방도 무의미하다. 재난과 같은 것이며, 재난은 예측할 수 없기에 재난이다. 단지 또다시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는 좀 더 잘 견딜 수 있게 건강한 음식과 규칙적인 생활,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깨끗이 할 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뜻하지 않은 불행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평범한 순간에도, 즐겁거나 괴로운 순간에도 찾아올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은 대체로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 무고한 원망의 대상을 찾아내곤 한다. 이 때 무엇보다 바람직한 행동양식을 한 가지 배웠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증상의 해결과 건강 유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 이불 속에 숨어야 했던 날이 또 다가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비타민섬유질, 충분한 수면과 운동으로 그 순간을 이겨낼 체력을 기르는 것이 두려워 떠는 것보다 의미있는 행동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유튜브는 취미가 아니지 않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