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든 Mar 05. 2022

주말엔 보통 청소를 한다.

오랜만에 느끼는 가벼운 토요일 아침이다. 사전투표일인지라 투표장에 다녀온 후 사과 한 개로 아침을 대신했다.


   주말이 돌아왔음을 가장 실감하게 하는 것은 늦잠과 브런치보다, 바닥을 쓸고 닦는 일에 있었다. 일주일간 하루의 절반을 밖에서 돌고, 남은 절반의 태반은 침대에 붙어있는데도 출처를 알 수 없는 먼지와 머리카락이 바닥을 가득 채운다. 마땅히 있어야 할 양보다 많아 보이지만 이유를 찾기보다 밀대를 가져와 사정없이 걷어냈다.


   주 5일제의 노동자로 사는 것은 사실 그리 멋진 일이 아니다. ‘워라밸’이라는 용어에서 드러나듯이, 일은 보통 삶의 대척점에 있다. 전자는 현실이며 고통이고, 후자는 낭만이며 즐거움이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범인들은 일없이 삶을 지탱할 수 없다. 앞의 논리를 연장하면, 현실 없이는 낭만도 없으며, 고통 없이는 즐거움도 없다. 이 둘은 선과 악이 아닌, 삶을 지탱하기 위한 두 개의 기둥이다. 거만한 현실주의자가 늘어놓을 법한 말이지만, 땅에 발붙이고 사는 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 둘은 그냥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닷새간의 먼지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한 그림자와 같은 것이었다. 타고난 성질 때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활의 이면들을 떠안았기에 새까맣게 되었다. 그러니 이들을 쓰레기통에 쏟아 넣는 일은 미움이 아니라 그 묵묵한 활동의 흔적에 감사하는 행위이며 다시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 지난 주간을 매듭짓는 일이다. 한 주간 나 자신이 쏟은 삶을 위한 노고도 이와 나란히 기억한다.


   흐르는 시간 속 마음의 어질러짐도 필연적인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생활의 먼지를 쓰레기통에 털어 넣듯, 마음의 치우지 못한 흔적들은 글에다 털어 넣었다. 이제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한 주를 살 수 있을듯하다.


   세탁기의 정해진 시간이 다 되었다. 오늘은 책을 읽으며 보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 아침엔 병가를 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