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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든 Feb 11. 2023

1타 강사들의 돈 자랑, 괜찮은가요?

우리나라는 유난히 돈 자랑에 관대한 문화를 가진듯하다. 혁명으로 목이 잘린 역사가 없어서인지, 고도 성장기를 지나며 부의 축적을 갈망하던 버릇 때문인지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단지 여러 지표가 단순한 느낌이 아닌 실체라고 증명할 뿐이다.


   과거엔 힙합 가수 정도만이 부를 자랑했었던 것 같다. 주류 문화를 거스르는 것이 정체성인 이들이니 이해는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보다 광범위하게 알려진 이들이 거리낌 없이 재력과 사치품을 과시하고, 오히려 그런 모습을 멋지다고 칭송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내가 선비 기질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그 돈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으나, 영 기괴하고 볼썽사납게 느껴진다.     


   특별히 더 보기 싫은 모습은 소위 ‘1타 강사’라 불리는 이들의 돈 자랑이다. 대강 이런 식이다.


“2014년 이후 한 번도 연봉이 100억 원 미만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내게 만원은 대학교 1학년 때는 하루 2~3끼 사 먹을 수 있는 돈, 25세 때는 시급, 28세 때는 분급, 서른 넘어서는 가만히 있어도 몇 초면 통장에 붙는 돈이다.”     

 

  계좌를 공개하며 본인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강의하고, 교재를 집필했는지 강조하며 본인이 노력의 결과로 ‘성공’했음을 뽐낸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성공’이 멋지다고 댓글을 단다. 많은 이들이 이런 성공 신화를 자체 생산하다 보니, ‘스타 강사 양성소’도 등장했다.      


   전쟁 특수를 본 군수업체나, 코로나19로 큰돈을 번 마스크 업체, 또는 제약회사에서 같은 말을 했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예시가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입시학원 문화 자체가 교육열이라는 재난에 근거한 기형적인 시장인 점에서 같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거대한 사교육 시장은 없다.     


   한국 학생들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의 학업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유명하지만, 가장 높은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자주 무시된다. 한국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22개 국가 중 22위이며(2021년), 같은 조사에서 한국의 어린이들은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물질적 가치’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물론 이러한 고통이 학원과 강사의 탓은 아니다. 불행한 역사의 탓이며, 잘못된 정책의 탓이고, 무철학의 탓이다. 그들의 노력도 폄하하고 싶지 않다. 강사로서의 지식과 언변, 시대와 기회를 읽는 영리함, 초인적인 자기 관리 등은 분명 탁월하며, 존경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금의 출처가 사회적 불행임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입시산업’의 관계자들은 그 불행을 적절하게 이용했으며, 그 뒤편에서는 일종의 압력을 행사하는 이익집단으로 존재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큰 수익을 부끄러워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재난으로 얻은 반사이익을 성공이라며 자랑하는 것은 지양해 마땅하다.     


   앞서 언급한 부의 과시 발언이 ‘윤리’ 강사에게 나왔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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