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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Nov 04. 2022

뮤지컬 더라스트맨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스포일러 주의, 내용 요약 아닌 철저히 감정 위주의 불친절한 나열이라 극을 본 분들만 읽으시실 추천드립니다.)


https://tv.naver.com/l/117820


https://twitter.com/m_thelastman



비 젖은 벙커


생존자의 벙커에 비가 스며든다. 극 안에서의 비는 마음의 감기 우울증을 표현한 것 같다는 어딘가의 글을 깊이 공감한다. 비가 오니 집안에 모든 전자기기들이 고장나고 내 몸도 아프고 먹을 물도 없어진다. 물은 생존을 의미하는데 오염수를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애쓰다 구역질을 한다. 우울증 환자도 살고 싶은 노력은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죽는게 가장 쉬운 선택일 것 같은데 그래도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이 미어진다. 비가 오니 천정에 있던 존버도 흠뻑 물에 젖어있다. 쥐어 짜주지만 존버는 물에 젖어있다. 생존자도 물에 젖어있고 벙커 안이 어둡고 퍼런 색이다. 누군가 살려주지 않으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생존자는 살고 싶지 않은게 아니고 용기가 없는게 아니다. 비를 말리는 것은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다.


존버

존나 버티는 존버를 실제로 너무 보고싶다. 특히 택존자의 존버.. 저렇게 디테일까지 공개해주고 벌써 기대된다. 존버는 생존자의 내면자아라 생각된다.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본성이 있다. 모든게 사라져도 존버는 마음 안에서 존나 버티면서 생존자에게 의지가 되고 희망이 되어준다. 내 안의 존버에게 고맙다. 내 친구가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주고 나를 사랑해주는 존버. 존버야 우리 같이 앞으로도 존나 버티자. 너가 있으면 나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너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어. 존버야 집으로 가자고 말해줘서 고마워. 물론 그 집의 따뜻함과 행복이 나를 더 화나게 하고 비참하게 만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집을 알려주고 내 행복의 순간을 지켜줘서 고마워.


망상과 현실

집으로 가자며 쓰레기를 뒤집어쓰고 옷을 거꾸로 걸치고 이상한 신발을 신는 생존자를 보며 망상에 대한 충격을 받게 된다. 설마 집이 죽음 뒤의 세계인지 무섭다. 망상은 누구나 한다. 현실을 부정하다보면 망상에 빠진다. 경도가 다를 뿐. 사실 사람이 보는 기준은 모두다 자기만의 필터를 거친 기준이다. 생존자가 생각하기에 철문이 얼마나 두꺼운지, 잠금장치가 얼마나 많은지, 공기 정화장치가 얼마나 화려한지 이 모든 것은 생존자 머릿속 필터를 거친 망상 속 현실이다. 사실 벙커 자체가 망상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일반인이 긍정적 생각을 하면 그건 망상이 아닐까? 망상의 기준은 애매하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인지해야 한다. 내 생각이 망상인지 아닌지 직시하려면 메타인지를 올리는 수 밖에 없는데 메타인지를 올리려면 현실 속에서 사람과 살아야 한다.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감정의 주고 받음을 통해서 망상을 피해야 한다.



넘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생존자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일까? 생존자도 존버를 만나고 행복했던 것처럼 좀비가 아닌 인간을 만나고 싶었던 걸까? 최종 메세지는 모호하고 각자의 판단이겠다. 답답해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가 희망일 수도 있지만 하나의 망상일 수도 있다. 방관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더 답답해지기도 한다. 누구라도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벙커로 들어가지 않지 않았을까? 그런데 과연 내가 생존자였다면 좀비밖에 없는 세상인데 과연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었을까? 어쩔수 없었잖아. 내가 좀비가 아닌 인간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다. 생존자에게 과연 인간이 보일까? 약이나 치료 없이 생존자가 과연 혼자 좀비 세상으로 어떻게 나갈 수 있을까? 내가 혹시 좀비에 쫒겨 벙커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면 수억만 좀비가 존재하는 내 망상에 부디 인간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라도 좀비로 보여지지 말도록 행동하자. 두번 세번 입단속 하고 남에게 피눈물 나는 상처주지 말자. 


https://tv.naver.com/v/18799767


좋은 작품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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