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여지없이 온다고 나에게 알렸고 나는 설렐 권리가 있다.
그렇게 두려웠던 순간도 흘러가고, 그렇게 묻어버리고 싶은 사무쳤던 시절도 흘러간다. 연탄불 무시하지 말라며 소리치던 시절도 흘러가고, 내 탓이다 깨닫고 후회하던 시절도 흘러간다. 이제와 다시 불러도 이미 끝난 길인 걸 아쉬워할 수 없고, 이미 흘린 조각들은 두 번 다시 회복할 수 없으며 각자의 길에 최선을 다해야 할 뿐 미련은 이제 독이다. 이제 더 이상 가면에 속지 말고 마음 약해지지도 말고 가던 길 그냥 가야만 한다. 그 뜨거웠던 마음의 타이밍이 몇 번을 엇나가며 아파해도 그 또한 순리인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건, 한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한 개미의 숙명이다. 누가 나를 비웃어도 그건 내 탓이고 누가 나를 욕해도 그건 내 탓이다. 누가 뒤늦게 손을 내밀어도 그건 지난날 잘못했던 내 탓이고 그때 죽지 못했던 것도 내 탓이다. 그저 나는 부덕하고 부족했던 죄인이었다.
그럼에도 겨울은 공평하게 나에게 온다. 감사한 자연은 괴물의 형상을 숨긴 채 인간인 척하지고 않고 재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그냥 덤덤히 평범하게 와준다. 나를 재단하지도, 뒤에서 욕하지도, 오해하지도, 억측하지도 않는 겨울이 오고 있음에 나는 긴장이 풀리고 그저 겨울에게 솔직한 나를 보이며 엉엉 울며 안기고 싶다. 저 구석 모진 곳의 나에게도 공평하게 와주는 겨울은 참으로 가식이 없어서 나는 깊은 위안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