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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Jan 06. 2023

심야의 글쓰기 모임 첫날  

처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고 편하지 않다. 사실 큰 관심도 없다. Zoom을 활용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 역시 여전히 어색하고 편하지 않다. 직접 사람을 만났을 때의 공기, 제스처, 눈빛 등으로 파악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이 배제된 채로 화면을 통해서 모인 사람을 처음 만나야 하는 그 긴장감이 묘하게 더 두렵다. 어제는 꽤 고대하던 Zoom 첫 모임이 있었다. 만나고 싶어서 모임을 신청했지만 시간이 다가오니 두렵기도 했다. 직접 만나면 느껴졌을 웃음과 서로의 외모, 직접 느껴지는 목소리의 톤과 후각들은 전혀 배재된 채로 네모난 작은 화면 속에 처음 보는 여러 사람들이 내 노트북 화면에 떴다. 그중 하나인 나도 혹여나 내 잡음이 들리지 않는지 또는 혹여나 내 표정이 너무 불성실하거나 무표정하게 보이지 않는지 내 얼굴도 신경이 쓰이는 채로 다소 어색하게 화면을 쳐다보았다. 대면보다 비대면이 더 쉬운 줄 알았는데, 비대면도 처음 만나는 것은 역시나 어색하고 어렵다. 상대방 역시 나와 비슷한 마음과 표정인 것 같아서 모든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다들 내 눈이 아닌 화면 어딘가를 보고 있고, 우리는 발표자님의 설명을 한참 듣고 공감하고 이해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30분 이상 혼자 떠들기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발표자님은 자정을 넘길 때 까지 꽤 긴 시간을 청중의 리액션 없이도 혼자서 잘 말씀하시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발표자님의 생각과 언어에 집중을 하다가 마지막 즈음 자기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그제야 얼음장이 녹듯이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가 슬그머니 들어오면서 마지막 분의 소개가 마무리되니 신기하게 비대면 속에서도 아이스 브레이킹이 확실히 된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3시간 전에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의 어색한 집합체로 노트북 화면이 딱딱하게 보였는데, 소개를 마친 후의 마지막 노트북 화면은 내 표정이 다소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고작 자기소개 한 발만 앞으로 내민 것 치고는 편안함과 안락함이 커진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서로가 공유하고 공통점이 있는 것들을 발견하면서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 그 공통점이 나이가 되었든 서로의 취미가 되었든 지역이 되었든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어쨌든지 공통점을 찾아야 다소 안심을 하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진화할 때부터 비슷한 유형에 대한 경계심이 낮춰지는 본능이 심어져 있지 않을까 추측이 된다. 소개팅을 할 때에도 우리는 대화가 잘 풀린만한 공통 주제로 물어보는 것으로 첫마디를 시작한다. 회사에서 어려운 분과 이야기할 때에도 먼저 말을 꺼낼 때는, 날씨나 무난한 기사거리를 주제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정말 아무것도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웃고 꾸벅 인사라도 시작한다. 나 역시 처음 사람 만나는 게 스트레스고 아이스 브레이킹이 세상에서 제일 싫고 혼자 있는 게 제일 좋다고 주야장천 나를 정의하면서도, 결국은 공통 주제를 찾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표정을 밝게 유지하려고 애쓰는 사회적 동물이다. 다음번 줌 모임에서는 분명히 얼음장이 더 녹아가며 그 얼음 안의 세계를 서로 알아가고 공감할 것이 분명 더 많을 것 같다는 설렘이 느껴진다. 결국 나는 결국 온라인 세상 속에서 온기를 찾으려는 고독한 일인이었음을 고백한다. 내가 나를 정의하기 이전에 나는 인간이라는 종족에 속해 있다는 것을 느끼며, 나는 다음 모임에도 나에 대한 수동적인 선긋기가 아닌, 나도 모르게 온기를 찾아대는 용기를 내는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 될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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