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제주랑 - 자전거 라이딩

#짧은 에세이 #매월 발행 #제주 열두달 #꼭 할게 있지

by 말자까

#5월의 제주 #날씨요정 오시면 즉시라이딩


제주 여행은 언제 오는게 가장 좋을까? 라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계절마다 제주의 특색이 있기에 언제가 좋다는 답을 딱 하나 내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나는 날씨가 좋은 날에 제주 여행을 해야 한다는 말에는 무조건 동의한다.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서 제주는 하루에도 오만번 날씨가 바뀌는 변덕쟁이고, 또 제주의 지역마다 어느 곳에는 비가 오는데 다른 곳은 동시에 해가 쨍쨍한 만화같은 상황이 일상이다. 그 들끓는 제주의 변덕 속에서 또 여름에는 태풍과 장마, 겨울에는 폭설, 봄에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잊지 않고 규칙적으로 온다. 그렇다면 그 모든것을 피해갈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달이 언제이냐 생각해볼 때 내 기준에는 5월과 10월을 손꼽을 수 있겠다. 이 때는 만인의 휴가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관광객으로 몹시 붐비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부터 수학여행 군단들이 끝도 없이 오면서 이 상황 또한 매해 다른 것 같다.)


자, 당신이 1년 중에서 가장 날씨가 좋다는 바로 지금, 5월에 제주에 내렸다. 날씨가 지칠만큼 덥지도 춥지도 않고 강풍도 폭설 폭우도 없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그 무엇을 해도 행복한 순간이다. 선택장애가 와서 나에게 묻는다면, 나라면 일단 공항에서 자전거를 빌리러 가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리고 자전거를 빌려서 해안도로를 무작정 달려볼 것이다. 제주도 전체는 환상 자전거길이라고 나름 길이 둘러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바다는 커녕 달려오는 차를 피하며 아슬아슬하게 가야 하는 길도 있고,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너무 심해서 자전거를 끌고 노역하며 한숨을 지어야 하는 길도 있다. 나에게 화창한 5월 반나절의 자유 시간을 준다고 풀어놓은다면, 나는 아마 조천-함덕-김녕-세화 해변도로 자전거길 중 일부를 택하며 자전거 라이딩을 할 것 같다. 또는, 더 동쪽에서부터 시작해서 세화-성산-섭지코지 길을 라이딩하는 코스도 꽤나 마음에 든다. 그 길은 해안과 바로 붙은 비교적 넓은 평지 길이어서 원없이 바다를 보며 편안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바다 바람을 맞는 것은 꽤나 낭만적이다. 특히 쾌청한 날씨에 일렁이는 윤슬과 파란 하늘 구름을 보며 페달을 밟다 보면, 인생 뭐 있나. 이렇게 행복하게 순간을 느끼면 되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저 미소가 지워지며 상쾌한 심호흡을 하게 된다. 차를 타면 절대 멈추지 못하는 길 한복판 어딘가에서 멈춰서서 나만의 조용한 포인트를 원없이 만끽할 수도 있다. 또, 유명한 해수욕장 사이 사이에 정말 멋진 물결과 바위, 새들을 만나는 건 그 때마다 달라져서 늘 설레임을 준다. 한동안 나는 그 매력에 빠져서 휴일마다 자전거를 타러 다녔다. 그 동안 몰랐던 제주 모습이 자전거 라이딩을 타면 매번 새로 보였다. 일년 내내 자전거를 탈 때도 있었는데 어쩔 때는 좋고 어쩔 때는 힘들었다. 그건 장소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실 날씨의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 바람이 미친듯이 분 날도 있고, 갑자기 비가 쏟아진 날도 있었다. 어떤 날은 너무 더워서 땀이 흘러서 시원한 맥주의 유혹에 넘어가서 갈증을 과하게 달래다가 그냥 더 라이딩하기를 포기하고 일행과 바다를 아주 한참 구경하다가 집에 온 적도 있다. 또 극성수기에는 바다 안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전거 타며 사람을 피해다니는 것도 힘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모든 것이 여유롭고, 사람이 없는 조용한 바다를 마음껏 쳐다보며 음미할 수 있는 5월이 참 좋다.


바다를 포함한 더 제주스러운 곳을 보고 싶다면 한경면 고산리 지질트레일을 전기바이크로 돌아보는 코스, 또 가파도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아다니는 코스도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유명한 곳이다 보니 그저 잠깐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 사이를 뚫으며 자전거를 타며 나만의 인파 적은 포인트를 찾아 다니는게 왜이리 더 짜릿한지 모르겠다. 특히 위의 두 포인트는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지리적 특성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인 장소여서, 자전거를 타다가도 멈춰서 차 한잔 하며 천천히 풍경을 느낄 수 있도록 시간을 여유있게 두기를 추천한다.


바다를 그냥 보는 것과 자전거를 타며 보는 것은 같은

풍경이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면 나의 모든 오감이 기억을 만들며 그 순간을 느끼고 담을 수 있다. 또 적당한 운동까지 가미가 되니깐 왠지 뿌듯하고, 언제든 중간에 내가 원하는 길을 빨리 가기도 천천히 가기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눈으로는 풍경을 담고, 머릿속으로는 나와의 대화를 하고, 몸은 적당히 움직이며 심장이 들뜨고, 얼굴에 바람이 꽂히면, 내 뇌가 청량하게 시원해지는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면 내 생각의 꼬리가 명료해지며 점점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단계가 오고, 그 상태로 나는 그냥 제주 자전거길과 내가 일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이 모든건 사실 날씨요정이 뒷받침해 줘야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 있다는게 포인트다.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에게 일년 열두달 중에 손꼽히게 좋은 5월의 날씨요정이 오시는 날이 휴일이라면, 아마 라이딩하러 뛰쳐 나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할 것 같다. 그만큼 나는 아름다운 날씨 속에서의 유유자적한 자전거 라이딩을 소중히 여기고, 변덕쟁이 제주는 또 언제 새침하게 바뀌어서 으르렁댈 지 모르니깐 말이다. 5월의 제주야, 이번 휴일은 자전거좀 꺼내보게 이제 밀당 그만하고 화창한 해를 한번 좀 보여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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