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제주랑 - 제주 야생화 산수국

#짧은 에세이 #매월 발행 #제주 열두달 #꼭 할게 있지

by 말자까

철저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나에게 제주 6월은 드디어 산수국이 등장해 주시는 귀한 달이다. 프로필 사진에 꽃이 등장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고 하던데, 사실 나는 20대부터 꽃사진을 자주도 찍었다. 별 이유 없이 예뻐서 좋았다. 꽃에 대한 큰 호불호는 없다. 그냥 제철 과일 잘 먹고 다니는 것 처럼 제철마다 나타나는 꽃을 그 때마다 예뻐했다. 매 시절 그 시기의 주인공이 나타날 때 마다 그저 만개한 모습을 한참 바라봐 주는 것이 내가 꽃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나는 두루두루 모든 꽃을 좋아했다. 그런데 제주에 내려온 후 내가 매력에 아주 쏙 빠져버린 꽃이 있으니, 바로 "산수국" 님이시다. 나는 수국은 담방 담방 파스텔톤의 예쁘장한 화려한 아이가 수국인 줄만 알았다. 어느 날 길을 걷는데 초록 초록한 깻잎 모양의 잎파리 속에 파뭍힌 것처럼 부끄럽게 얼굴을 비추고 있는 단아한 파란 꽃길을 보았다. 제주 도민에게 물었다.


"저게 무슨 꽃이에요?"

"수국."

"엥?"

"아. 산수국"


아니, 우째 저게 수국이지 의문이 갔다. 이건 일반 수국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검색을 해 보았다. 산수국은 산에서 나는 수국이라고 해서 산수국이라고 한다. 산골짜기나 돌무더기의 습기가 많은 곳에서 나며, 가운데 암수술이 있는 진짜 꽃이 있고 그 가를 따라서 헛꽃이 둘러간다. 가운데에 있는 암수술이 있는 진짜 꽃이 너무 작아서 찾아오지 못해서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서 헛꽃이 주위에 있다고 한다. 제주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것은 탐라 수국이라고 불리며, 산수국의 꽃말은 "변하기 쉬운 마음" 이다. 찾아볼 수록 더 매력적이다.


내 눈에 산수국이 독보적으로 신기하고 예쁜 이유는 진짜 꽃 주변에 예쁜 장식을 하듯이 나비처럼 붙어서 앉아 있는 옆의 꽃들이었는데, 그 이름이 헛꽃이라니 내가 괜히 서운하다. 아니, 나도 엄연히 꽃인데 이름좀 바꿔달라고 개명 신청하고 싶다.

산수국이 소중한 두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야생화다 보니깐, 일부러 재배해서 수국 명소로 만든 곳에 드러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수국 명소보다 산수국 명소를 찾는 게 난이도가 더 높다는 말이다. 사진을 찍기에는 산수국보다 수국이 훨씬 예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수국도 참 좋아한다. 화려한 부케 축제같은 시각적 아름다움에서는 일반 수국이 압승이다. 만약 내가 주인공이고 꽃을 배경으로 찍고 싶다면 혼인지나 휴애리 같은 수국 명소를 찾아가는 게 훨씬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진에 등장하는걸 선호하지 않는다. 언제나 꽃 사진의 주인공은 꽃 그 자체였다. 특히나 산수국은 가운데 진짜 꽃과 주위의 예쁜 나비 꽃 (헛꽃 아니고 내가 붙인 이름)이 함께 있기 때문에 클로즈업해서 찍을 수록 예쁘다 .


길을 가다 만날 수 있는 산수국은 대부분 군락을 지어서 길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한참을 찬찬히 산책하면서 걸어가며 살펴보는 것도 좋다. 걸으면서 파랑색과 보라색과 하양색의 그 중간 어디즈음의 색을 뽐내는 꽃을 구경하다가 가끔씩 나오는 분홍색이나 빨간 꽃을 발견할 때면, 희귀 별사탕을 발견한 것 처럼 다시 한번 눈길이 간다. 그렇게 걸으면서 구경할 수 있는 시기가 불과 한달 남짓이기에, 6월의 나의 시선은 이들에게 내주어야 한다.


산수국은 요즘 사려니 숲길, 영주산 오름, 김영갑 갤러리, 렛츠런파크 제주 등지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그 장소에 산수국이 피어 있는 것 뿐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중산간 길가 전역에서 널리 산수국이 피어있기에 아마도 운전하거나 걷다가도 어딘가에서 문득 이 녀석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산수국이 마음 변하기 전에 일단 다가가서 한참을 쳐다보고, 그리고 휴대폰 사진 한 컷의 주인공을 화끈하게 양보해 주면서, 이 오목조목한 아름다운 자태를 한번 자세히 살펴 보았으면 좋겠다. 늘 화려한 수국과 같은 시절 함께 피다 보니 항상 대세에 밀려 길거리 변방의 이름없는 파란 안개꽃 같기도 한 산수국. 그래도 누가 뭐래도 나에겐 너, 산수국, 네가 6월의 퀸, 주인공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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