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제주랑 - 빠져보자 제주바다

#짧은에세이 #매월발행 #제주열두달 #꼭할게있지

by 말자까

7월은 만인의 휴가 시즌이자 방학 시즌이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비행기값을 보며 도민들은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육지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은 이 휴가만을 기다리며 참고 또 참으며 일상을 버텨왔을 것이다. 이번 여름 휴가지로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선택된 바로 이곳 7월의 제주도에서는 무엇을 하는 게 가장 좋을까?


떠나요 어디로?


여름 휴가지로 대부분이 떠나는 종착지는 바닷가가 1순위일 것이다. 그만큼 사람이 몰린다. 하지만 제주에는 어느 해수욕장을 가더라도 뉴스에 나오는 육지 해수욕장만큼의 물 반 사람반의 엄청난 인산인해를 이루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사방 천지에 물놀이할 바닷가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갈 바닷가도 엄청 많은 게 제주만의 장점이다. 그래서 나는 7월의 제주는 어느 바다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서, 넘실대는 물속에서 내 몸을 온전히 맡겨보기를 추천한다. 그러면서 모래사장에 앉아있거나 사진만 찍는 사람들을 찡긋 바라보며, 바닷속에 있는 나 자신이 왠지 으쓱한 바로 그 순간을 공유하고 싶다.


바닷물 안으로 들아간다는 것은 많은 준비와 큰 결심뿐만 아니라 이후의 고생스러움이 동반되기도 한다. 모래 가득한 몸을 씻고 차를 타는 것도 번거롭고, 햇볕에 마구 그을릴 내 소중한 피부도 걱정될 것이다. 그래서 그냥 바닷가 앞에서 멋진 인생샷을 남기거나 그냥 바다가 잘 보이는 오션뷰 카페나 숙소에서 바다를 구경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7월이다.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해수욕이 허락되는 달이 바로 지금이다. 햇살은 뜨겁고 바닷물은 적당히 따뜻하고 시원하다. 너무 더운 내 몸을 에어컨으로 식혀도 좋지만, 7월의 제주도에서는 바닷속에 들어가서 몸을 식힐 수 있는 하나의 특별 옵션이 있다.


나는 사실 바닷속에 들어가는 걸 꺼려하던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놀고 있으면 그늘막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길 준비도 해줘야 하고, 나오면 씻겨야 하고 옷도 갈아입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나까지 들어가면 훨씬 뒤처리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서, 웬만하면 입수는 남편을 앞세웠고 나는 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기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다가 아이들의 물장난에 나도 옷이 젖어버린 날이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날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냥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늘막 안에서 기다리기에는 점점 볕이 뜨거워지고 찜통 같아서 얼른 집에 가길 원했는데, 물속의 아이들과 남편은 세상 행복해 보이길래 은근히 부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젖은 김에 그냥 나도 슬쩍 물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다소 충동적인 날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천국이 따로 없었다. 너무나 적당하게 시원했고 바닷속은 예상과 달리 몹시 상쾌했다. 아이들은 오래간만에 내가 들어오니 신이 나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함께 파도를 타고 함께 웃었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바닷속은 흥미진진한 놀이 그 자체였다.


수영을 못하지만 상관없었다. 강해졌다가 약해졌다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다가오는 파도와 함께 장단을 맞추며 노는 것 만으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한낮의 햇살은 엄청나게 강한 것 같은데 바닷속 우리는 전혀 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일렁거리는 물결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몸을 맡겨버리니 노곤하게 잠이 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만큼 평안한 바닷속임을 모래에 앉아만 있었던 나는 전혀 몰랐다. 오히려 불편한건 모래에만 앉아있으며 편하다고 착각했던 시간들이었다.


제주 바당은 사실 사방의 그 어떤 해수욕장 어디라도 좋다. 또 해수욕장이 아니라도 돈내코 엉또폭포나, 한경 판포포구 같은 제주만의 핫스팟에서의 스노클링 또한 매력적이다. 아니면 그냥 각 잡고 서핑 체험을 예약해서 함덕이나 곽지 해수욕장 같은 곳에서 서핑을 배워보며 바다 입수를 시작해 보는 것도 제주만의 7월을 만끽해 보는 액티비티가 되겠다.


해외여행을 할 때 현지 가이드가 가장 어려워하는 고객이 바로 제주도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제주도민은 이미 천혜의 자연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눈이 너무 높아서 해외 그 어디를 가더라도 성에 잘 안 차기 때문이란다. 나 역시 제주생활이 벌써 7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무리 매일 보아도 제주만한 바다색깔과 경관을 가진 곳은 실로 전 세계 그 어디와 비교해도 절대 빠지지 않겠다는 확신이 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도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귀한 보물이 확실히 맞고, 그중에서도 7월은 그 아름다운 사방 천지의 바다 안으로 들어가서 실컷 누릴 수 있는 달이다.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그 번거로움과 망설임은 입수와 함께 바로 사라질 것이다. 바다 안에서는 엄마도 아니고 취준생도 아니다. 근심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입수와 동시에 마법같이 사라진다. 그저 바닷 속에서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무아지경으로 떠다니는 한 명의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출처 : unsplash.com

7월이다. 휴가다. 이번 7월의 제주 여행에서는 나의 본분을 모두 벗어던지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제주 바닷속으로 아이처럼 와락 안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