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제주랑 - 하늘멍 구름멍

#9월의 제주#꼭 할 게 있지#제주 열두 달#매월발행 #짧은에세이

by 말자까

풀벌레가 울고, 밤공기가 더 이상 덥지 않아지는 계절 9월이다. 9월의 제주에서 내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건 바로 하늘이다. 육지의 하늘과 제주의 하늘은 정말 다르다.

일단 제주는 막힌 시야가 없는 거대한 도화지다. 광활하고 매혹적이다. 시간과 바람의 흐름에 따라 하늘색과 구름의 모양이 순식간에 변한다.



출근버스에서 나는 요즘 고개를 올려 나도 모르게 하늘을 자주 본다. 생각보다 엄청 재미나다. 뭉게구름의 움직임, 솜털구름의 아름다움, 날마다 다른 하늘의 색깔을 멍하게 쳐다본다. 하늘 보려고 운전 안 하고 버스를 타기도 할 정도다.


퇴근버스에서는 장엄한 일몰을 위한 하늘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한 시간 넘는 통근 시간 동안 파란 하늘이 어떻게 물들고 어떻게 어두워지는지를 차에 앉아서 정신이 팔린 채로 쳐다보고 있으면, 차가 많이 밀려도 그저 관대해진다. 그저 앉아서 바라만 보는데, 이렇게 매일 아름다운걸 쉽게 봐도 되는지 황송하기도 하다.

제주의 일출, 일몰을 보는데 온도도, 바람도 딱 좋은 9월이다. 커피 한잔, 의자 하나 가지고 원하는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하늘‘멍 구름 ’멍‘ 하며 무념무상 멍때리다 보면 어느새 나른하고 편안하게 하늘에 둥둥 떠있는 내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9월의 제주, 원픽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