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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극복 노하우가 뭐길래

by 말자까

‘살다가 후회스러울 때 어떻게 극복했나요?‘


20대 대학생 한 명이 나에게 물었다. 바로 머릿속 정리가 되지 않았다. ’내 선택의 장점에 집중한다.‘라는 모범 답변을 했다. 답이 스스로 영 아쉬워서, 집에 오며 내가 후회하는 일이 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며칠 전부터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두 달 전 진을 빼서 어렵게 수술한 말이 있다. 흔치 않은 수술이었다. 한 달 넘게 여러 합병증 치료하랴 입원 치료하며 또 진을 뺐다. 결국 주인이 생각하는 비용보다 한참 초과해서, 일단 퇴원시키고 집에서 한 달간 또 자체적으로 치료를 했다.


그러다 엊그제 다시 배를 아파하는 것 같다고 해서 내원했다. 오전에는 괜찮은 듯 하나, 오후 검사에서 다시 병이 재발한 상황이 보였다. 재수술을 해야 하지만 극히 회복 확률이 적었다. 주인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수술 후 두어 달 내내, 우리나 주인이나 고생이 심했다. 서로 너무 고생했기에 내가 희망을 줄 수가 없었다.


떠나간 말 수송차 뒷모습이 너무 속상했다. 두 달간 생만 연장시키고, 주인은 돈만 쓰고, 우리 직원들도 애만 썼다. 분명 어려운 수술이고 두어 달 후 재발이 많다고 책에 적혀있다. 몇 해 전에도 같은 이유로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더 괜찮은 것 같았는데 또 재발을 했다.


후회가 되었다. 그냥 첫 수술 때 내가 판단을 단호히 내렸어야 했나? 회복시키고 싶은 마음이 내 욕심인가? 내 판단이 주인의 경제적, 시간적 손해만 더 가중시킨 것인가? 반려동물이 아니기에 적절한 선을 고려해야 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사람 의사처럼 심장이 멈춰도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는 그 끝까지 가볼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내 판단에 후회될 때가 많다.


이게 내 마음 한켠의 후회다. 며칠 동안 나는 다른 일을 하고 바쁘게 떠돌며 살았다. 하지만 여전히 떠올리면 순식간에 괴롭고 후회스럽고 미안하고 그렇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실은 극복이라기보다는, 그냥 한참의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마음을 무뎌지게 할 때까지 하루하루 그저 걸어갈 뿐이다. 이런 후회들이 정신적 트라우마가 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일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답변을 해주기엔 시간이 짧았다. 어쩌면 내보이기 싫었을 수도 있다. 후회한다고 바뀌는 것이 없다면, 그저 걸어갈 수밖에 없다. 그 학생도 앞으로 이런 길을 걸어야만 한다면, 아마도 내가 가벼운 척 비장하게 해 줄 말은 이것뿐이다.


‘후회는 항상 온다. 삶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 몸 건강 마음 건강 튼튼히 하자.'



*사진과 글은 연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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