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진짜 위로가 돼준 적이 있었을까? 내가 진짜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을까? 서로에게 가닿길 바라지만 완벽하게 동기화되지 않고서야, 상대의 마음에 완벽히 안착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인 채 슬며시 나름의 위로를 건네어보는 것 같다. 심지어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진짜 위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어쩔 때는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라고 거짓 다짐을 밀어 넣어 마음을 더 튕겨나가게 만든다. 어쩔 때는 ”그건 네 탓이 아니야. 세상이 잘못된 거야. “라고 말해주지만 역시나 위로가 되지 않는지 바로 그 말은 밖으로 튕겨나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그런가 보다 “ 로 나 자신을 드라마 주인공 보듯이 떨어뜨려서 바라본다. 갑자기 초조해지면 나는 말한다. ”아. 초조함이 왔나 보다.” 그러면 그 마음이 한참 머물다가 또 떠나간다. 하지만 이내 거대한 무기력과 우울이 밀려온다. 그러면 나는 말한다. “아. 무기력하다. 우울하다. 그런 마음이 왔나 보다.”
억지로 쫓지도 않고 편들어 주지도 않는다. 쫓으면 더 답답해지고, 편들어주면 납득 못하는 다른 마음이 튕겨나간다. 나는 심호흡을 한 열 번쯤 크게 하고 입꼬리를 올려본다. 호흡이 유일하게 내가 조절 가능한 자율신경이니,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명상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숨을 쉬는데 신경을 쓰며 흉내를 내본다.
그렇게 내 마음 위로에 조금 더 세심하고 정교하게 힘을 써본다. 수천번 초조가 왔다 가고, 불안이 왔다 간다. 그래도 진짜 위로가 되려면 그때마다 반응해야 한다. 그냥 주저앉고 싶지만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더 숨을 깊게 내쉬어보자고 다시 다짐한다. 그래서 결국 나는, 나 자신에게만은 제대로 된 ‘진짜’ 위로자가 되고 싶다. 위로로 나를 항상 안전하게 방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