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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Nov 25. 2023

똘이

똘이가 갑자기 꿈에 나왔다. 지팡이 형태로 존재하며 밖에서 항상 나를 도와주다가, 내가 문득 집 안으로 데려갔더니 다리가 하나 없는 강아지 모습으로 변했다. 왜 한쪽 다리를 잃었는지는 모르겠다. 털을 만져주며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줬다. 다리가 없어도 사료도 잘 먹고 잘 걸었고, 하얗고 곱슬한 등털의 촉감도 생생했다. 그러다 꿈에서 깼는데 판타지 같은 그 내용이 조각조각 계속 사라져 갔다.


그래도 잊기 아쉬운 장면들을 애써 기억하며 출근길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똘이가 나를 위해 꿈에 나타나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툭 떨어졌다. 꿈에선 똘이인지 초롱인지 둘다의 모습이었다. 둘 다 어린 시절 내 사랑들이었다. 꿈에서는 녀석이 밖에서 함께 하는 내 지팡이이자 탈것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집에 들고 들어오니 옛 모습인 개의 형태로 돌아왔다. 꿈에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야 네가 집안에 들어와서 쉬는 것 같아서. 이제야 내가 너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동물도 영혼이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사실 제주에 살며 똘이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친정집에서 키우던 똘이가 죽은 후 그다음 명절에 갔을 때, 현관 앞을 서성이던 녀석이 없어서 마음이 서늘했다. 그래서 똘이 생각하면 늘 아련하고 슬펐는데 어제 나타나줘서, 그리고 꿈에서라도 너를 방에 들이고 만져주고 밥을 줄 수 있어서 좋다. 왠지 나를 위해 꿈에 먼 길 걸어 나와준 것 같아서 마음깊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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